정기환 논설실장

전쟁이 휩쓸고 간 1950년대, 그 때도 은행원 봉급은 요즘처럼 고액이었나 보다. 변변한 기업들도 몇 없던 때니 상대적으로 더 했을 것이다. 서울 신당동에 살던 장군 박정희는 이웃 은행원 집의 씀씀이를 보며 혀를 찼다. 국민들 돈으로 돈놀이나 하는 은행원들이 흥청망청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당시 장군이래야 쌀 몇가마니 정도의 봉급밖에 안되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1960년대 이후부터는 은행원 급여가 그다지 높은 수준이 아니었다. 종합상사 직원 등에는 한참 뒤쳐졌다. 1980년대 들어 '종금(종합투자금융)'이라 불리던 제2금융권이 약진하면서 은행원들 사이에서는 '박봉' 푸념까지 나왔다. 요즘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1980년대 은행에는 '직원 전세 대출'이라는 제도가 있었다. 결혼을 한 직원들에게 무이자로 전세자금을 대출해 주는 것이다. 대기업이나 제2금융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박봉인 은행 직원들을 위한 후생복지 차원이었다. 그래서 이 공짜 대출이 젊은 은행원들의 결혼 연령을 앞당긴다는 얘기도 돌았다.

▶서울시가 시 공무원들에게 연금리 1%짜리 전세대출을 운용한다고 한다. 내년부터 2026년까지 6년간 시민 세금 등으로 750원 규모의 기금을 만드는 내용의 조례안도 통과됐다. '서울시 공무원의 주거 안정을 통해 사기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무주택 서울시 공무원에게 연리 1%로 1억원을 최장 6년간 대출해 주는 복지다. 2007년부터 시 예산으로 직원 전세 대출을 운용해 왔지만 최근 들어 수요가 크게 늘자 아예 별도의 기금을 만들어 독립시키는 셈이다. 그런데 무주택 청년들을 위한 정책자금 전세대출 보다 금리가 훨씬 싸다 보니 과도한 복지 혜택이 아니냐는 우려다. 코로나19 경기 침체에다 전세난까지 겪는 시민들에게는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줄 수도 있다. 이제 대한민국 공무원들은 중산층이다. '쥐꼬리 봉급 공무원'은 오래 전 얘기 아닌가.

▶인천에서는 개방형 동장제의 도입을 두고 논란이 분분하다고 한다. 서울, 경기, 전남 등에서 이미 부분 운영 중인 이 제도는 동장직을 민간 영역에 개방하는 것이다. 한정된 공직사회의 인적 자원에서 탈피해 주민 밀착형 동장직 충원이 장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공무원들의 눈길은 차갑다. 동장으로 나갈 날만 기다리며 땀흘리고 있는 판에 무슨 얘기냐는 것이다. 지자체장들이 결국 자기 사람을 앉힐 것이라는 시각에서다. 이때문인지 미추홀구 도화2•3동의 개방형 동장 채용도 이래저래 무산됐다고 한다. 공무원들에게 '자리'는 생명과도 같은 것이다. 공무원 복지든, 자리 채가기든 과하면 탈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