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숙 백석대 교수

 

 

S는 어린 시절부터 엄마가 자기에게 지나치게 개입하고 걱정하고 내가 곧 엄마고 엄마가 곧 나였던 적이 있었다고 한다. 엄마는 아버지와 시댁과의 불만족을 일일이 자기에게 다 쏟아내고 그러면 아무 말도 못하고 참고 받아주었다고 한다.

엄마는 아버지 월급이 적어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에서 힘겹게 살아야 해서 불만이 많았다고 한다. 평상시에 엄마는 무슨 문제가 있거나 어려움이 있을 때는 장녀인 나에게 하소연하고 문제에 대한 해결방법을 의논하곤 하였다. 그러면서 “네가 잘되어야 엄마가 행복하지, 엄마는 너만 보고 살아” 등의 말을 항상 하시는 엄마였다. 장녀인 내가 잘되기를 바라면서 강압적으로 공부를 시키고 성적에 대해 지나친 관심을 가지며, 내가 공부를 하지 않으면 공부를 하도록 없는 살림에 학원에도 보내주셨다. 성적을 잘 받아 왔을 때는 기뻐하고 성적을 잘 받지 못하였을 땐 속상한 마음에 딸을 비난하곤 하였다.

엄마는 자신을 위해 시간을 보내기도 어려워했다. 나에게만 쓸데없는 걱정과 신경 쓰는 시간이 많았다. 엄마는 딸이 늦게 들어오면 “어디니, 일찍 들어와” 문자를 계속 하고 전화를 하고, 친구를 만나러 간다고 하면 누구를 만나는지 어디를 가는지 구체적으로 물었다. “네가 늦게 오니까 아버지가 화를 내는 거야, 제발 빨리 들어오라”고 닦달한 적이 많았다. 부부의 문제나 갈등도 나에게 전가시키는 것으로 책임회피를 했다.

엄마는 직장인인 내가 아침에 나갈 때는 속이 든든해야 된다며 밥을 떠먹여주기까지도 하였다. 그리고 “결혼은 늦게 해. 무엇하러 고생을 일찍 해”라며 나의 미래까지도 결정하는 엄마다. “엄마! 제발 엄마도 친구들과 어울리시고 취미활동도 좀 하시고 그러세요”, 그러면 “내가 그런 시간이나 돈이 어디에 있니? 다 너희들 키우느라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단다” 하면서 우리 탓을 하신다. 항상 딸과 분리되는 것에 대한 불안함을 표현하는 엄마. 너무 밀착된 엄마 때문에 답답하고 집을 나가고 싶고 독립만을 생각하는 딸이다. 엄마가 고생하신 것 생각하면 안쓰럽고 엄마 곁에 있어야만 될 것 같기도 하고, 빨리 남자를 만나서 도피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어떤 날은 엄마와 큰소리로 대판 싸우고 싶은 공격성도 올라온다고 한다. “엄마! 제발 이제 저 좀 놓아주세요”, “엄마도 제발 엄마 인생을 살라구요!”라고 외치고 싶다고 한다.

엄마에 대한 양가감정 속에서 흔들리는 딸은 자신이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힘들다고 말한다. 자기가 떠나자니 엄마가 안쓰럽고 함께 있자니 자신이 불행하고 난처한 상황 속에서 반복되는 삶이 싫다고 한다.

부모자식 관계에서 나와 너의 차이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건강한 한계 설정을 못한 엄마는 딸에게도 똑같이 요구하고 있다. 부모와 나 사이에도 정서적으로 분리가 가능해야 한다. 지나친 부모의 통제나 지배를 당했다면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하여 자신이 지닌 힘을 깨닫고 부모와 맞설 수 있는 가상의 보호자가 필요하다. 건강한 자기연민과 자기공감은 자신의 분노 치유에 필수적인 해독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