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훈 오산천살리기지역협 집행위원장]

수변정화 큰 도움되는 버드나무
꽃가루에 베란 민원 안타까워 …
편리 위해 오염시키기 쉽지만
회복까지는 많은 시간·돈 들어

 

“보기 좋은 경관만 고집하면 하천의 자연성을 회복하지 못한다. 불편함을 감내할 줄 알아야 자연과 공존할 수 있다.”

2012년부터 오산천살리기지역협의회 집행위원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는 지상훈(65·사진)씨의 일성이다.

지 집행위원장은 하루를 오전 6시부터 오산천에 설치된 7개 카메라를 확인하고 하천을 둘러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후 생태하천 환경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오후엔 회원들과 조류활동과 오염원을 조사하는 일로 일과를 마친다.

지 집행위원장은 남다른 이력을 갖고 있다. 그는 1989년 취직한 A 회사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사회운동에 뛰어들었다. 이후 오산지역에서 환경운동연합, 참여연대, 이주노동자센터 출범에 산파 역할을 했다.

그는 1999년부터 2005년까지 모든 사회단체 활동을 중단하고 잠시 개인사업을 위해 외도를 했다. 다시 돌아와 사회단체에서 활동하다가 2012년 오산천살리기지역협의회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런 이력 때문인지 지 집행위원장에게 있어 오산천은 단순히 그냥 하천이 아니라 생명존중 사상을 담은 큰 그릇이다.

지 집행위원장은 “봄이면 오산천을 산책하는 시민들이 버드나무 꽃가루가 날린다고 나무를 베어달라는 민원을 제기한다”며 “꽃가루가 불편할지 모르지만, 버드나무가 수변 정화에 큰 도움을 주고 있어 베어 버릴 수 없다”며 인간의 이기심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인간의 편리에 따라 자연을 오염시키는 것은 아주 짧은 시간이 소요되지만, 그 자연성을 회복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돈이 필요하다”며 “오산천 버드나무를 보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자연과 공존하는 방법을 고민해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오산천은 용인 기흥구 석성산에서 발원해 화성, 오산을 거쳐 평택 진위천으로 흘러드는 길이 14.67㎞, 유역면적 57.30㎢의 국가하천이다. 오산구간은 4.19㎞이며 면적은 70만여㎡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오산천은 오산지역 주민들이 물장구치고, 멱 감고, 썰매를 타고 놀았던 추억의 장소였다. 1990년대부터 급격한 산업·도시화를 거치는 등 외적 요인으로 인해 수질(BOD 기준) 5등급의 하천으로 전락했다. 오산시는 2010년부터 10년간 오산천 생태하천복원을 역점 사업으로 추진했다. 그 성과로 지난해 9월 수질이 2등급으로 확인된 데 이어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정한 멸종위기 동식물 목록인 적색목록으로 분류된 수달이 오산천에서 발견됐다. 오산천이 생태하천으로 되살아난 데에는 지상훈 집행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오산천살리기지역협의회 활동이 큰 몫을 차지했다. 지역협의회는 민간기업과 공공기관, 민간단체 등 19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지역협의회는 정화활동을 위해 식물 제거작업, 오염원 조사 활동을 벌이고 있다.

/오산=김기원 기자 1kkw517@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