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홍식 인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가장 어려운 산업을 꼽으라면 항공산업과 관광산업이 첫 손가락일 것이다. 항공산업과 관광산업을 상징하는 곳이 바로 인천국제공항이다. 2001년 개항 이래 쉼 없이 달려 세계 최고 공항으로 성장한 인천국제공항이 상상할 수 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공항 여객은 전년에 비해 95% 이상 감소했다. 공항에 여행객보다 관련 직원이 더 많은 기현상이 수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코로나가 사회 전반 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듯이 인천국제공항 관련 정책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 위기만 넘기면 된다는 단기적인 지원이 아니라 인천국제공항이 그동안의 성과를 바탕으로 지역과 국가 경제를 견인할 수 있는 기능을 부여해야 할 것이다. 그 해결책 중 하나가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인천시 등이 추진하는 인천공항경제권 조성이다.

이미 네덜란드 스키폴공항, 싱가포르 창이공항, 미국 멤피스공항 등 세계적인 공항에서는 공항 인근지역에 대규모 복합리조트, 비즈니스 지구 조성, 첨단산업, 물류, 금융 등 관련 산업체를 유치해 성공적인 공항경제권을 만들어가고 있다.

공항경제권은 공항의 항공운송 네트워크와 연계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공항 중심의 산업생태계이자 경제권역이다. 인천국제공항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한 번 지역과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려면 공항경제권의 조성은 필수 과제이다.

인천공항경제권 조성에 있어 인천시,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중앙정부, 인천시민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직접적 이해당사자인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현행 '인천국제공항공사법'에는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설립 목적과 사업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되어 있어,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공항경제권을 주도적으로 추진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인천국제공항공사법'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역할이 인천국제공항의 개발 및 운영에 국한되어 있어 관련 산업 발전이나 주변지역 개발에 참여할 수 없다.

지난 몇 년 간 인천지역 사회에서는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항공 정비산업이나 공항 연계 교통시설 개선사업 등에 참여해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했지만, 법적인 제한으로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참여가 어려웠다. 국가공기업으로서 공적인 역할에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와 같이 공항을 관리하는 한국공항공사, 항만을 운영하는 항만공사 등은 보다 광범위한 사업 영역을 가지고 있다.

한국공항공사는 주변지역 개발사업, 항공종사자 양성 교육훈련, 훈련시설 설치•운영, 항공기 정비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항만공사도 역시 항만 관리•운영, 항만배후단지 개발사업 등 많은 공적인 사업이 가능하다.

인천국제공항이 코로나19 이전의 영화를 되찾고, 지역과 국가 경제를 견인하는 진정한 공기업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대한 족쇄를 풀어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인천국제공항공사법' 개정이 절실한 것이다.

인천지역 사회와 지역 국회의원들은 지난 20대 국회부터 '인천국제공항공사법' 개정을 위해 노력해왔다. 다행스럽게 21대 국회에서는 인천지역 국회의원뿐 아니라 다른 지역 국회의원도 '인천국제공항공사법' 개정의 필요성에 공감하여 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3건의 '인천국제공항공사법 개정안'이 발의되어 있다. 개정안마다 내용에는 조금 차이가 있지만, 인천국제공항의 발전을 바란다는 사실만은 같은 것으로 판단된다.

발의된 개정안의 장점을 잘 융합하여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인천국제공항은 새로운 미래를 맞을 것이다. 공항경제권의 추진에도 탄력이 붙을 것이다. 2020년 정기국회에서는 '인천국제공항공사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되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