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속 '우리 선생님' … 학생·학부모 적응력 키운다


코로나19 속 학습권 보장 치열한 고민

원격수업 통해 미래교육으로 발돋움


줌으로 쌍방향 소통·밴드로 출석체크

선생님 등장 자체제작 프로그램 호평

 

▲ 곡선초 5학년 학생들이 원격으로 영어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곡선초

 

수원 권선구 권선동에 있는 곡선초등학교는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학교'였다.

1994년 인근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며 설립됐고, 학급당 학생 수와 교사 1인당 학생 수 등도 모두 경기도내 평균치이다.

곡선초는 올해 초 시작된 코로나19 상황에서 많은 학교와 같이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소프트웨어 선도학교나 AI 선도학교 등도 아니었고, 태블릿PC 등도 충분하지 않았다. 원격수업 선도학교도 아니다.

그러나 곡선초는 코로나19와 원격수업을 미래교육으로 나아갈 기회로 발돋움시켰다. 누구보다 빨리 교육과정을 개선했고, 실시간 쌍방향 수업과 콘텐츠 활용, 꼼꼼한 원격수업 계획을 수립하며 '특별한 학교'로 바뀌고 있다.

추홍엽 곡선초 교장은 “곡선초는 코로나19에서 특별한 하드웨어를 구축하지 않은 80~90%의 학교들과 동일한 출발 선상에 있었다. 바뀌는 방침과 처음 겪는 상황에 교육공동체 모두 혼란스러웠다”며 “그러나 원격수업은 결국 미래 교육의 한 방향으로, 우리가 언젠가는 나아가야 할 방향이었다. 치열한 고민으로 수업을 만들어가고 있는 교육공동체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 추홍엽 교장
▲ 추홍엽 교장

 

▲평범한 학교의 원격수업 적응기

지난 3월 초등학교 개학연기는 곡선초에도 충격이었다. 처음 겪는 상황에 모두가 혼란을 겪었다.

곡선초는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한 방안을 치열하게 고민했고, 빠르게 실행했다. 고민 끝에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준비하기로 결정했고, 웹캠 등 필요한 장비를 바로 준비했다.

교직원들은 처음 하는 만큼 보다 철저한 준비를 했다. 온라인개학일 전 원격수업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교육과정 운영 방안과 활용 플랫폼 검토, 학생 출석 인정 방안, 원격수업 기반 조성 방안, 학생·학부모 홍보 방안 등을 꼼꼼히 검토했다. 원격수업의 방식을 보다 익숙히 사용하기 위해 4월부터 ZOOM을 활용해 화상회의를 했다.

밤을 새워 수업에 도움이 될 콘텐츠를 찾았고, 주간수업계획표는 각종 동영상 링크와 수업준비물, 수업 방향, 예시 등 더 꼼꼼하고 다양한 내용이 담겨 학부모와 학생에게 안내됐다. 계획표만 봐도 수업 내용을 그대로 예상하고 참여할 수 있었다.

학생·학부모의 적응도 도왔다. 학생의 원격수업 참여가 가능한지 인터넷 접근 환경과 기기 미보유 학생에 대해 조사했고, 기기 대여 등 원격수업 환경을 지원했다. 불가피하게 원격수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학생이 있을 경우를 대비해 대체학습 프로그램을 안내하기도 했다.

치열한 노력은 높은 학생들의 참여로 돌아왔다.

온라인 개학 후 2주 만에 100% 가까운 학생들이 원격수업에 참여했고, 학부모들은 세심한 피드백과 관심에 감사를 보냈다.

학생과 교직원 등이 원격수업에 적응해 나갈 무렵, 곡선초는 또 다른 도전을 시작했다.

원격수업에 적응했다고 하지만 학생들의 수업집중도는 낮을 수밖에 없었고, 학력 격차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이에 곡선초 교사들은 실시간 쌍방향 수업뿐만 아니라 콘텐츠에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 '우리 학교 선생님'이 나오는 동영상을 학생들에게 보여줬고, 학부모들의 만족도는 더욱 올라갔다.

더 쉽게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네이버 밴드와 ZOOM을 중심 플랫폼으로 선택했다. 1~3학년은 네이버 밴드를 통해 출석관리 및 과제를 제시했고, ZOOM을 통해 쌍방향 수업을 진행했다.

학급 밴드에는 매일 '출석 확인 및 오늘의 학습 안내'가 올라오고, 출석체크 기능을 통해 출결이 확인됐다. 학교에 오는 것과 같이 9시에 등교하고 학생들은 수업 종료 시까지 학습 안내에 따라 수업을 들었다. 미참여 학생은 교과별 대체학습 프로그램 이행 결과를 받아 출석을 처리했다.

그러면서 교과목별 성취기준에 따른 수업을 제공하고, 단편적 강의 위주의 콘텐츠가 아닌 학생의 생각 표현과 활동 결과를 제시할 기회를 제공했다.

실시간 쌍방향 수업도 대폭 확대해 이제는 모든 원격수업을 실시간 쌍방향 수업으로 진행하는 교사도 있다.

추홍엽 교장은 “학생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 과정과 학습전략을 점검하고 개선해 학업에 대한 흥미를 가지고 학습을 지속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원격수업에서 학습한 내용을 근거로 등교 수업 이후 수행평가 등을 통해 성취도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

 


 

전자칠판·카메라 ·크로마키 배경 다 갖춘 제작실 만든다

수원시 관련 예산 지원 예정

▲ 곡선초 2학년이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하고 있다.
▲ 곡선초 2학년이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하고 있다.

 

▲보다 질 좋은 콘텐츠 위해 …제작실 만드는 곡선초

원격수업이 진행되며 곡선초 교사들은 높아진 역량만큼 지원요구도 늘었다. 곡선초 교사들은 보다 고품질의 수업콘텐츠 및 영상 제작을 요구했고, 학교는 '콘텐츠 제작실'을 만들기로 했다.

콘텐츠 제작실은 실시간 쌍방향 수업에 최적화된 시설로, 다양한 형태의 수업을 지원할 수 있다.

모션인식카메라를 설치해 교사가 자유롭게 움직이며 수업을 진행할 수 있고, 실시간 모니터링도 가능하다.

제작실 설립 예산 일부는 수원시로부터 지원받는다. 시 지원 예산으로 전자칠판과 LED TV, 카메라, 카메라 거치 삼각대, 무선 핀 마이크, 스튜디오 조명, 모니터, 모니터 스탠드, 방음 부스, 크로마키 배경 등을 사고, 학교 예산으로 자동 녹화 시스템 구축 및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인테리어 비용 등을 충당할 예정이다.

제작실 옆에는 예비교사(교생선생님) 등을 위한 수업나눔실이 만들어진다.

곡선초는 '예비교사(교생선생님) 현장실습 협력학교'로 2학기 교생실습이 나올 예정이다. 실습에 나온 예비교사는 수업나눔실에서 제작실에서 하는 수업을 실시간으로 보고 원격수업 역량을 키울 예정이다.

추홍엽 교장은 “2012년 시작한 스마트 교육과 그 업그레이드 버전인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인공지능', '빅 데이터', '클라우드' 등의 디지털 기술을 교육에 결합한 에듀테크(Edu-Tech)는 그간 지지부진했다”면서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교육적 위기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돼 원격수업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실시간 쌍방향 수업의 대중화를 이끌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교육은 코로나19를 계기로 미래교육의 지향점으로의 재도약 시기를 맞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

 


 

심신이 건강하고 명랑한 어린이로 쑥쑥

택견·국악·수원화성프로젝트 특색수업도 실시

▲ 곡선초 학생들이 올해 초 졸업식에서 그간 배운 택견실력을 뽑내고 있다.
▲ 곡선초 학생들이 올해 초 졸업식에서 그간 배운 택견실력을 뽑내고 있다.

 

▲바르고 튼튼하고 슬기롭게

곡선초는 '글로벌 창의 융합 인재를 육성하는 곡선 교육'을 비전으로 '바르고 튼튼하고 슬기로운' 교육을 지향하고 있다.

구체적 교육목표는 ▲예절 바르고 남을 배려하는 어린이 ▲스스로 학습하며 지혜로운 어린이 ▲새로운 생각으로 미래를 개척하는 어린이 ▲심신이 건강하고 명랑한 어린이 등이다.

예절 바르고 남을 배려하는 어린이를 목표로 민주시민과 평화시민, 세계시민 교육을 펼치고 있으며, 공동체 의식 함양교육 및 학생중심 자치활동 내실화도 도모하고 있다.

스스로 학습하며 지혜로운 어린이를 위해 ▲미래형 학력 신장 ▲창의적 체험활동 및 방과 후 교육활동 강화 ▲실천 체험교육 활성화 등을 교육에 담고 있으며, 새로운 생각으로 미래를 개척하는 어린이를 배양하기 위해 ▲기초과학교육 ▲정보화교육 강화 ▲저탄소 녹색성장교육 강화 등을 중점 추진한다.

'심신이 건강하고 명랑한 어린이'를 위해서는 전통문화계승교육을 역점교육으로 추진하고 있다. 곡선초는 2016년부터 택견 특색교육을 운영하고 있으며, 1~6학년 학급별 각 10차 시씩 총 260 차시를 전문 강사와 함께하는 택견 수업으로 만들고 있다. 5~6학년은 국악 집중 이수 학년을 운영해 국악전문 강사와 함께 교육과정을 운영하며 수원화성프로젝트를 통해 학생들의 애향심을 키우기도 한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