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실 전 인천시교육위원회 의장

 

최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현행 내부형 교장 공모제에서 교장 자격증 없이도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교감도 자격증 없이 희망하는 학교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들린다. 교장 공모제에서 교장 자격증 없이 교육 경력 15년 이상이면 교장이 될 수 있지만, 이제까지는 대부분 교육 경력 25년 이상에 교장 자격증을 취득한 후 교장으로 발령받는 것이 교원 승진 루트였다.

내부형 교장 공모제에 대해 교육계 일부에선 '무자격 교장 공모제'라고 보는 인식이 있다.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과 동고동락하고 열악한 현장인 도서벽지나 비선호 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한 선생님, 그리고 탁월한 업무 추진으로 학교 현장을 바꾸어 놓은 열정적인 선생님보다는 일부 교원단체 회원으로서 정치 현안에 대해 학교 밖에서 머리띠를 두르고 목소리를 높인, 자격증 없는 교장이나 교감이 학생들 앞에서 과연 교육을 책임질 수 있는지 회의적인 시각을 보여주는 반응이다.

내부형 교장 공모제는 현재 교단에서 이뤄지는 선생님들의 승진점수 모으기 폐해를 청산할 수 있고, 젊고 유능한 교장•교감 인적자원을 확보할 수 있으며, 보다 민주적인 학교운영이 기대된다는 논리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공모제가 확대되면서 교사들 사이에서는 인기영합 풍토가 만연해지고 학연이나 지연에 바탕을 둔 교직원 간 갈등 심화 , 학교의 정치무대화 등의 우려를 낳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시•도교육감 선거 때면 나타나는 보수-진보 진영 간의 보이지 않는 갈등, 노조 문화의 교육현장 침투로 인해 진심으로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과 함께하는 선생님에게 “왜 혼자 열심히 하느냐”는 등 보이지 않는 따돌림으로 가슴앓이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 8년 동안 전국적으로 내부형 교장 공모제에 의해 임용된 교장 189명 중 105명(55.6%)이 교원노조 출신자로 추산되고 있다.

물론 코로나19 확산 이후 우리의 교육 현장은 많이 변하여 새로운 방향 모색을 요구받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시대가 변한다고 해도 계층 상승과 삶의 질 향상에 있어 가장 기본적이고 안정적인 수단은 교육이다. 현재 우리 교육 현장에서는 자신의 노력만으로 계층 상승이 불가능한 학교 조직을 만드는 일들이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학생 개개인의 재능과 적성에 따라 희망 학교로 갈 수 있는 각종 사다리 교육기관(가령 자율형사립고, 특수목적고 등)을 없애고 획일적인 학교 교육을 강요할 뿐더러 학교 운영 책임자까지 정권을 위한 교육행정으로 바꾸는 것은 위험한 방식이다.

중산층을 무너뜨리고, 노력으로 계층 상승이 불가능한 사회를 만들며 앞서가는 능력인을 혐오하도록 함으로써 기득권을 지지하도록 하는 교육 현장을 만드는 것은 올바른 길이 아니라고 본다.

이처럼 거꾸로 가는 교육 현장의 첫 단추는 내부형 교장 공모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자꾸만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