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숙희 인천광역자활센터 센터장

 

 

집이란 사람이 사람답게 생활하는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3가지 필수요건인 의•식•주의 하나다. 집이라는 말은 단순히 건물 그 자체만을 뜻하지 않고 집과 함께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까지를 같이 의미한다. 예를 들어 '큰집'이라고 하면 집의 크기를 말하는 '저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집안의 장손이 살고 있는 집을 지칭하는 것이다.

요즘 1가구 2주택이 뜨거운 감자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본인이 거주하고 있는 집 외에 필요하지 않은 집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집이 재산 증식의 도구로 이용돼 누군가가 살고 있는 집이 또 다른 누군가의 주택인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신혼부부들에게 집은 새로운 삶을 시작하며 미래를 계획해야 하는 그들만의 보금자리가 되어야 하는데 집을 마련하지 못해 결혼을 미루어야 하고 심지어는 결혼을 포기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힘든 하루를 보내고 쉴 수 있는 집이 다른 사람의 소유여서 그 쉼이 안정적으로 보장되지 못한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누군가는 본인이 살지도 않은 주택을 몇 채씩 소유해 문제가 되고, 누군가는 삶의 필수요건인 집 한 채를 소유하지 못해 문제가 된다. 누구는 집을 가지고 돈을 벌고 있는데 누구는 그들이 돈을 버는 것 때문에 이집저집을 전전해야 한다. 하지만 집이 누구의 소유인가와 상관없이, 얼마짜리인가와 상관없이 집은 가족의 생명을 지켜주고 사생활을 보호해주는 행복한 공간이 되어야 한다.

지난 여름 폭우와 산사태로 집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이재민들이 망연자실한 이유는 집의 재산가치 때문이 아닐 것이다. 삶의 터전이 없어짐과 동시에 그 집과 함께했던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생활이 한꺼번에 사라져 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기회에 주택의 기능적 측면만 강조되고 경제적 가치로만 환산해 갈등을 일으키는 부동산정책에서 벗어나 쉼을 제공하는 정서적 공간으로서 집이 사람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정부와 다주택 소유자들이 고민해 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