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순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연구위원

스펙은 영어단어 Specification의 준말로 제품의 특징을 가리킬 때 사용되던 용어였지만, 한국 사회에서 스펙은 구직자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필요한 자격들을 가리키는 용어로 정착되었다.

북한사회의 스펙은 어떤 방식으로 존재할까? 국가가 직업을 배치하면 끝인데 무슨 스펙이 필요한가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야말로 북한의 사정을 모르는 말씀이다. 북한이야말로 국가의 삼대 스펙이 평정한 사회이기 때문이다. 북한사회의 삼대스펙은 입당과 군대 가기, 대학졸업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 같은 북한사회의 삼대 기본 스펙은 시장화 이후는 물론, 젊은 김정은 지도체제 이후에도 굳건하게 흔들림이 없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일단 고등중학교를 17세에 졸업하고 난 후 대학으로 바로 가는 일부 ‘직통생’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군대로 간다. 10년이나 되는 군대에 남자들이 가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군대를 가야 입당을 쉽게 할 수 있기 때문이라도 한다.

세 가지 스펙 중에서 최대 스펙은 역시 입당이다. 남자가 당원이 못되면 사람 구실을 하지 못한다는 게 아직도 흔들리지 않는 정설이다. 시대가 변하고 간부를 하기 위해서는 대학을 나와 제대로 된 실력을 갖추는 일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사람이 사는 곳에서 해결책은 있는 법. 요즘 간부집의 자식사랑은 표준화된 하나의 진로설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일단 대학을 먼저 보낸다. 대학을 졸업하면 바로 군대를 보낸다. 대학 졸업하고 군대 나온 사람은 3년만 복무 시킬 수 있다. 대학졸업자는 3년 복무하고 제대하더라도 만기 제대로 인정해준다.

대학졸업 후 군복무하면 입당하고 간부를 할 수 있는 표준이 된다. 물론 그렇다고 간부가 바로 되는 것은 아니다. 이때 부모찬스가 은밀하게 작동한다. 부모의 인맥을 통해서 간부로 등록한다. 이때 연줄과 그 가문의 돈이 동시에 작용해야 좋은 직장의 직업배치가 이루어지게 됨은 물론이다.

보통 간부들은 자식을 위해서 그런 식으로 앞길을 개척해주고 있다니 하니. 남과 북, 어딜 가나 고슴도치 세상이 아닌가. 물론 이 표준화된 ‘간부 되기’ 과정은 토대가 좋은 남성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남자냐 여자냐’, 성별에 따라 혹은 토대가 ‘복잡한지, 깨끗한지’ 혹은 간부집 자식이냐 보통 백성이냐에 따라 개인이 가는 진로가 또 달라지게 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