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근우 인천연구원 평화도시연구단장

필자는 심곡동 연구실에서 두 눈과 두 귀를 의심케하는 뉴스를 접했다. 추석을 일주일여 앞둔 지난달 22일, 표류이든 월북이든 이유는 모르나 해양수산부 공무원인 우리 국민이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망했다. 2000년 이후 북한군에 의해 우리 국민이 사망한 세 번째 사건이다.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을 제외하고 민간인이 희생된 2010년 연평도 포격 사건과 이번 사건 모두 서해 5도 인근 해상에서 발생했다.

이번 사건은 코로나19로 심신이 지쳐가고 있던 우리 국민의 최대 관심사로 되고 있는 것 같다. 남북관계 교착국면과 코로나, 부동산 문제 등으로 관심 밖으로 밀려났던‘북한’이 추석 차례 상에 소환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환의 방향은 판문점과 평양에서 남북정상이 만났던 2017년 당시 호의적 관심과는 너무나 다른 냉소적 관심이다. 집 나간 관심이 분노로 소환되는 지금의 현실은 어찌 보면 북한과 남북관계를 바라보는 지극히 평범한 우리 국민의 시각이 아닐까?

필자는 남북관계가 그럭저럭하던 지난 5월 인천시민과 중고등학생 6,700여 명을 대상으로 평화ㆍ통일인식 조사를 한 바 있다. 조사 결과 북한을 보는 시각이 결코 좋지만은 않았다. 특히 젊은 세대가 보는 북한은 냉소적인 시각에서 여전히 경계의 대상이다. 조사 시점으로부터 약 5개월이 흘렀다. 지금은?

정부는 발 빠르게 종전선언을 현답(賢答)으로 내놨다. 필자는 지난번 칼럼에서 한반도 평화는 세 개의 얽힌 사슬을 풀어가는 과정이라고 얕은 지식에서 나오는 우답(愚答)을 한 바 있다. 얽힌 사슬 중 하나인 남북한 간 상호 적대적 관계를 풀기 위해서는 70년간 켜켜이 쌓인 불신을 극복해야 한다. 종전선언은 제도다. 제도가 먼저 만들어진다고 오랜 기간 쌓인 남북한 간의 불신이 눈 녹듯 사그라질까?

굳이 구조주의와 행태주의를 논할 마음은 없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논쟁은 시간 낭비기 때문이다. 그러나 친구와 다퉈도 화해의 과정을 거쳐야 앙금이 남지 않을 것 아닌가. 갑자기 오늘부터 우리 싸우지 말자고 하면 마치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싸우기 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적대적 관계의 청산은 하나의 과정이다. 항구적 평화정착은 단순히 선(先)종전선언으로만 담보하기 어렵다. 종전을 선언할 수 있는 그래서 평화체제가 구축될 수 있는 기반이 먼저 만들어져야 한다. 그 과정을 만드는 일은 관심 없는 주제에 대해 ‘관심 갖기’의 시작이다.

필자는 추석 연휴였던 지난달 30일 나훈아의 콘서트를 시청했다. 압권은 소크라테스를‘테스형’으로 소환한 부분이다. 소크라테스는 질문과 대답을 이어가는 대화를 통해 상대방이 자신의 무지를 깨닫고 진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한 철학자 아닌가. 우리 국민이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망한 이 시점에서 평화도시를 지향하는 인천과 남북관계의 평화를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나훈아의‘테스형’을 소환해 본다. 종전선언이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방법은 맞으나, 그 전에 서해 5도 지역에서 먼저 평화가 정착되어야 한단다. 쉽지는 않겠지만 서해가 평화수역이 되도록 황해남도, 남포시와 인천이 협력할 수 있는 창의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물론 북한의 호응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인천의 지리적 그리고 역사 문화적 특성이 주는 인천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