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준 논설위원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간호사들의 수난도 마냥 길어지고 있다. 환자를 돌보는 일도 버거운 판에 뜻하지 않은 정치권 싸움에 끌어들여져 난감한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알려진 바와 같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페이스북에 “의사들이 떠난 의료현장을 묵묵히 지키고 있는 간호사분들을 위로하며 그 헌신과 노고에 깊은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드립니다”라고 밝혔다.

그런데 이 글이 시빗거리가 됐다. 보수언론과 야당이 “대통령이 파업 중인 의사와 간호사들을 이간질하고 있다”고 비난하자, 여당은 “고생하는 간호사들에게 대통령이 감사를 표한 것은 당연한데 야당이 오히려 이간질하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졸지에 이간질의 대상이 된 간호사들은 이 논란을 한심하게 바라봤을 것이다.

간호사들은 정치권의 추태를 관전할 만큼 여유롭지 못하다. 보호장비를 입고 오랜 시간 환자 곁에서 일하기 때문에 업무강도가 높고, 다른 의료직종에 비해 감염 위험이 현저히 높다. 코로나 첫 환자가 발생한 1월20일부터 지금까지 감염된 의료인력은 159명에 달한다.

이 중 간호사가 101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간호조무사가 33명으로 뒤를 이었다. 이어 의사 10명, 치과의사 1명, 방사선사•물리치료사 등 기타 14명으로 나타났다. 간호사가 의사보다 10배 가량 많으며, 일주일에 간호사 2.8명이 감염됐다. 성문을 넘은 바이러스를 최일선에서 맞이한 것은 간호사였다.

인천 길병원 오영준 간호사가 페이스북에 '간호사 이야기'를 웹툰으로 연재하고 있다. 일부를 소개한다.

# 연신 짜내는 수액펌프에서 경고음이 쉼 없이 음압격리실을 울린다/ 오로지 혼자 그것을 감내해야 하는 담당 간호사/ 한바탕 태풍이 지나가고 어느덧 고요함을 되찾은 격리실/ 잠시 맞이하는 평화 속에서 녹초가 되어 창밖을 바라본다.

# 중환자실 입구, 그 흔한 풍경/ 우리에게 맡겨진 환자. 누군가의 부모, 배우자, 아들•딸/ 어디 가지도 못하고 병실 앞 복도에 망연자실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면 눈물이 난다.

# 에어컨을 틀어도 방호복 안은 사우나, 통풍 안되는 습기 가득 먹은 보호구, 비닐 가운 안으로 흠뻑 젖은 속옷/ 마스크 안은 뜨거운 열기와 이산화탄소 흡입.

# 격리병실 간호사는 환자 치료뿐 아니라 장비 세척•건조와 의료폐기물까지 처리/ 처음에 길면 반년이라 생각했는데, 이젠 그러려니 하는 일상.

오 간호사는 “간호사들은 그저 의료현장에서 주변인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는 동료들이 훨씬 더 다양하고 위험한 일을 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