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주간

지난주 한가위 닷새의 연휴를 혼자 지낸 사람이 많다. 보호 사각지대에 홀로 남겨진 노인들의 사정은 쓸쓸했다. 고향에 갈 수 없는 처지에 놓인 노인들이 무료급식소를 찾아 끼니를 해결했다. 이번 추석, “불효자는 '옵'니다”라는 카피 현수막이 화두가 됐다. 노부모의 속마음은 애간장을 태웠을 것이다. 먼발치서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새겨봄직한 연휴였다. 코로나 상황이 빚은 초유의 명절 풍경이다. 박남춘 인천시장의 한가위 인사처럼 '올해 말고, 오래 봐요'로 위안을 삼아야겠다.

노후에 일과 건강, 돈이 필수품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고령인구 10명 중 4명은 중위소득의 50%인 월 115만원보다도 낮은 형편에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66세 이상의 상대적 빈곤율 1위라는 불명예는 여전하다. 지난 2일은 노인의 날이었다. 매년 이날 통계청이 발표하는 고령자통계의 행간에서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20년 전 우리나라는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7%를 넘어섰다. 2000년은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첫 해다. 올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812만5000명에 이른다. 전체 인구 5178만1000명의 15.7%로 고령사회다. 하지만 5년 후면 10명 중 2명이 노인 연령에 들 전망이다. 그동안 저출산·고령화에 따라 노인인구는 가파르게 증가했다. 초고령사회가 성큼 다가왔다. 25년의 짧은 기간에 도달했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부동의 기록이다. 고령화 사회(전체인구에서 65세이상 7~14%미만)에서 고령(14~20%미만)·초고령사회(20%이상)에 이르기까지 154년을 겪어온 프랑스에 비하면 우리는 6배 이상의 속도를 낸 셈이다. 노인인구의 증가속도가 인공위성을 탔다. 그만큼 노년 정책의 시간적 여유가 없고, 갈 길도 멀다.

통계청은 노인의 상대적 빈곤이 OECD 주요국과 비교했을 때 '월등히 높은 수준'이라고 했다. 연금 다층구조가 잘 정착된 프랑스의 3.6%보다 무려 12배 이상으로 높다. 2위 미국(23.1%)과도 2배 정도의 격차가 난다. 그나마 65세 이상 고령자의 소득 하위 70%까지 지급되는 기초연금은 연간 약 20조원의 복지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빚더미 국가재정을 줄이는 카드의 하나로써 노인연령 상향 조정을 논의하지 않는가.

노후준비는 젊을수록 승산이 있다.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3층 노후 보장체제를 구축하고, 나아가 주택연금 등 4층 구조의 시스템을 정착시킨다면 소득대체율을 개선할 수 있다. 안정된 노후를 기대하게 된다. 지난해 인천의 고령인구 비중은 13.4%(39만7000명)로 17개 시·도 중 14위다. 하지만 인천의 고령인구 증가속도는 상대적으로 빨라 10년 후 11위, 20년 후 10위로 올라설 전망이다. 인천이 바이오, 벤처 등 우수 기업을 유치하고 젊은이들의 일터를 보장하는 경제도시로 도약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18년 조사 결과 65세의 기대여명은 20.8년으로 나타났다. 여자는 22.8년, 남자는 18.7년이다. OECD 조사 34개국(일본, 멕시코는 미공표로 제외) 평균보다 남자 0.5년, 여자 1.5년이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가 장수하는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고령자의 삶에 대한 만족 응답은 25%에 머문다. 전년보다 4.9%p가 감소한 수치다. 노인집단이 다른 연령대의 집단보다 더 낮은 주관적 삶의 만족도를 나타냈다. 해가 갈수록 고령자의 삶이 팍팍해지는 의미이다. 학대, 주거환경, 사회관계망, 세대갈등, 실업률 등 고령자 사회 환경의 후퇴 추세에도 관심을 둬야 할 것이다.

특히 인권침해나 차별을 가장 많이 받는 집단이 노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13.1%로 나타나, 조사 대상 중 4위였다. 차별 1순위는 장애인이며 여성, 이주민 순이었다. 노인은 한부모가족, 난민, 어린이·청소년, 북한이탈주민보다 차별받는 집단으로 인식됐다. 연령주의의 개선 등 사회 전반에서의 노인 집단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필요하다. 다른 집단(젊은층)과의 상대적 비교는 모순이다. 노후는 젊은이들의 미래다. 은퇴 후 가난하거나 소외된 노인이라면 결코 행복한 나라의 국민은 아니다. 다음해 노인의 날 통계에서는 노인의 현주소가 월등하게 빛이 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