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덕 경기 북부취재본부 부장

2003년 10월19일은 양주•포천군이 도농복합시로 승격한 날이다. 같은 해 태어나기도 했지만, 거리도 가까워 항상 비교 대상이다. 은근히 시기 질투도 심하다. 승격 당시만 해도 양주는 포천보다 발전 가능성이 낮았다. 인구도 포천이 조금 더 많았다. 포천은 15만240명, 양주는 14만8062명이었다. 그러나 17년이 지난 현재 상황은 바뀌었다. 지난 7월 말 기준 인구는 양주가 23만5345명, 포천은 14만7809명이다. 17년 동안 양주는 8만7283명이 늘었고, 포천은 2431명이 줄었다.

2035년 인구 목표는 양주 35만명, 포천 20만명이다. 향후 15년 뒤에는 양주와 포천의 인구 격차가 더 벌어진다는 얘기다. 문제는 양주시 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지만, 포천은 계속해서 줄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경기도는 '경기도 소멸 위험지역'을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포천시를 포함해 여주시, 가평•양평•연천군 등이 향후 30년 이내 소멸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포천으로선 쉽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지금부터 고민하지 않으면 우려가 현실이 된다. 그만큼 중요한 시기다. 시 승격 후 무엇을 했는지, 양주시가 어떻게 발전했는지 등을 정확하게 분석해야 한다. 과거에 해왔던 것처럼 안일하게 대처할 경우 30년 후의 모습은 초라해질 수밖에 없다.

사실 두 도시가 같은 해 출발선에 섰지만, 양주시가 엄청난 속도로 앞섰다. 이유가 있다. 노력의 결과물이다. 이성호 양주시장은 행정력이 뛰어나다. 2006년부터 양주시청 주요 부서에서 업무를 봤다. 2016년 4월엔 시장 자리에 앉았다. 이러다 보니 도시성장 속도에 큰 무리가 없었다.

특히 지난해부터 건강 이상으로 활동이 불편한데도 빈자리는 커 보이지 않았다. 공직자들과 정치권에서 빈자리를 채웠기 때문이다. 양주시는 각종 개발사업과 관련해 국회의원, 도•시의원, 공직자 등이 한데 뭉친다. 서로 의논하고 분야별로 나눠 능력을 발휘한다. 공직자는 적극 행정을 통해 행정력을 강화하고, 지역 정치권은 국•도비 확보를 위해 발로 뛴다. 최근 경기교통공사를 유치한 것도 이런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렇다면 포천은 어떤가? 박윤국 포천시장은 욕심이 많다. 하루가 바쁘다. 자신이 직접 차를 몰고 아침 일찍 출근해서 저녁 늦게까지 일한다. 휴일에도 시민들을 만나 대화하고 민원을 해결한다. 그런데 시장의 부단한 노력에도 발전속도는 더디다.

공직자들의 행정력이 시장을 뒷받침하지 못해서다. 이들은 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보다는 시장이 지시할 때까지 기다린다.

이 때문에 지역에선 행정보다 정치에 관심 있는 공직자가 많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한마디로 일하는 공직자가 없다는 뜻이다.

지역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현재 국회의원, 도•시의원 등은 모두 초선이다. 그러다 보니 시장 눈치 보기 바쁘다. 한데 모여 포천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토론하고 고민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 과거에도 그랬다. 심지어 중요할 때 정치인은 보이지 않았다.

이런 사실이 양주와 포천이 다른 점이다. 혼자만 잘한다고 모든 게 해결되지 않는다. 서로 머리를 맞대고 소통할 때 어려운 일도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지금 포천은 위기다. 인구는 줄고 발전은 늦다. 시장, 국회의원, 도•시의원, 공직자 등이 한데 뭉쳐 포천 발전을 위해 발벗고 나서야 한다. 그래야 포천의 장래가 밝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