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재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우리의 일상생활이 '비대면(언택트) 사회'로 바뀌고 있다. 재택근무, 원격수업, 화상회의가 일상화되고 있으며 온라인을 통한 방구석 콘서트, 방구석 여행, 홈코노미라는 용어가 낯설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사회와 개인의 일상은 '비대면'만으로 유지될 수 없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 사회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사람을 접촉할 수밖에 없는 업무가 있다. 또 집안에서 안전하게 생활하기 위해서는 누군가는 생활필수품을 배달해주어야 한다. 최근에는 이들을 '필수노동자'라고 부르고 있다. 대표적으로 보건의료, 보육, 돌봄, 안전, 치안, 교통, 물류, 배달 등의 종사자들이다. 코로나 확산에도 불구하고 대면업무를 피하지 못하고, 오히려 업무 강도는 더욱 높아진 업종의 종사자들이다. 미국, 영국, 캐나다 등에서는 이들을 '필수노동자(Essential Worker)' 또는 '핵심노동자(Key Worker)'로 부르며 지원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9월22일 국무회의에서 “정부 각 부처는 코로나 감염의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되어 있고,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저임금과 불안정한 고용형태에 놓여 있는 필수노동자들에 대해 각별히 신경쓰고 챙겨달라”고 당부했다. 서울 성동구는 9월10일 지자체 중 처음으로 코로나와 같은 재난상황 등에서 각종 위험에 노출된 채 대면업무를 수행하는 필수노동자들이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한 '필수노동자 보호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대통령의 당부에서 언급되었듯이, 지금까지 우리 사회의 필수노동자들은 사회적 가치와 기여도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오히려 코로나 확산으로 극심한 과로와 저임금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그 중에서도 배달노동자의 안전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배달노동자의 안전 실태를 살펴보고 그 대책을 제안하고자 한다.

올 상반기에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지난해 대비 10% 감소했지만, 이륜차 사고는 13.7% 증가했다. 코로나와 플랫폼 시장의 확대로 배달노동의 증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평소 대비 주문량이 2~3배 늘어나면서 이를 무리하게 소화하는 과정에서 배달노동자들의 안전 또한 2~3배 더 위협받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택배물량이 급증하면서 올해 들어 택배노동자 7명이 과로로 숨지기도 했다. 택배노동자의 주 평균 노동시간은 71.3시간이었으며, 코로나로 늘어난 업무시간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36.2%가 “30% 늘었다”고 답했다. 그러나 현실은 배달노동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플랫폼 노동자들을 노동법상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당연히 최저임금과 법정근로시간이 적용되지 않고, 배달 도중 사고가 나도 산재보험이 적용되지 않아서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한다. 특수고용노동자라는 이유로 안전 대책 등 법의 보호망에서 제외되어 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플랫폼 배달노동자의 산재보험 가입 비율은 0.4%에 불과하고, 미가입자가 92.5%, 가입여부를 모른다는 응답이 7.1%였다.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이유로는 '회사의 결정 또는 권고'가 84.3%로 가장 많았고, 8.1%가 '필요성이 적음', 5.9%만이 '보험료 부담'이라고 답변했다.

코로나 영향으로 배달업이 전례 없는 황금기를 누리고 있지만, 배달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은 오히려 더 열악해졌다고 한다. 오토바이 대여료, 보험료, 유류비, 엔진오일 교환비, 콜비, 통신비 등 모든 비용을 스스로 충당하기 때문에 수입의 4분의 1이 비용으로 지출된다고 한다. '배달 라이더 연봉 1억 시대가 열렸다'는 보도에 대하여 “하루 16시간씩, 단 30분도 쉬지 않고 1년 내내 일하면 겨우 가능할까?”라고 배달노동자들은 고개를 내젓는다. 생명을 담보로 한 연봉 1억인 것이다.

배달노동자들의 사고 등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배달업체의 산재보험 의무가입이 가장 시급하다. 이를 위한 산재보험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또 배달노동자의 안전을 위하여 거리 제한, 배달중량 제한 등의 조치와 고위험의 기상악화 경우에 배달서비스 운영을 중지하는 등의 규제 수단을 마련하여야 한다. 늘어난 배달노동만큼 그에 맞는 안전 기준이 강화되어야 한다.

코로나19가 더욱 장기화되고 비대면 사회가 지속될수록 우리는 타인의 보이지 않는 노동에 기대어 살아가게 된다. 정부는 보이지 않는 노동이 존중받고, 배달노동자 등 필수노동자들의 안전이 보장받을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