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한자 나란히 쓰면 문해율 좋아진다
▲ 解(해)는 소(牛)의 뿔(角)과 살을 칼(刀)로 풀어 따로 바르는 것이다. /그림=소헌

 

작년과 올해 추석 특선으로 방영된 영화 ‘나랏말싸미’와 ‘천문’에서 이도(李__세종의 본명)는 인간미가 물씬 풍겨 자칫 ‘물러 터진 왕’으로 느낄 정도다. 세종이 무슨 일만 하려고 하면 사대부들은 소매를 걷어붙이며 “아니 되옵니다!”를 외쳐댔다. 하지만 실제로 왕권은 확고했으며 특히 경연(慶筵_임금과 신하의 강론)에서는 세종의 수준을 뛰어넘지 못해 꼬랑지를 내려야 했다.

하루는 세종이 학자들을 불러 경연하게 하였는데, 잠시 후 그들에게 호되게 호통을 쳤다. ①_최만리 “어찌 예로부터 쓰는 폐단 없는 문자를 고쳐서 천하고 이롭지 못한 글자를 만드십니까?” ②_세종 “백성을 편하게 하려는 것이 아니겠느냐?” 한글전용주의자 “이제부터는 한글만 쓰도록 하겠습니다.” ④_세종 “내 뜻은 그것이 아니다. 우리글 한자韓字와 한글을 나란히 쓰면 훨씬 쉽고 풍요롭게 문자생활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맹자식계(盲者食鷄) 장님 제 닭 잡아먹기. 이게 웬 떡이냐 하고 잡아먹은 닭이 알고 보니 자기 닭이라는 뜻으로, 이익을 보는 줄 알고 한 일이 도리어 자신에게 손해가 되는 것을 비유한다. 문해文解란 문자를 읽고 쓰는 능력을 말한다. 어느 나라가 문해율이 좋을까? 우리는 _한글을 모르는 사람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문맹률이 낮으니, 물어보나 마나 가장 우수하다고 할 것이다. 믿고 싶지 않겠지만 우리나라는 OECD 최하위다. 이는 실질문맹률이 높다는 것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_

이른바 ‘한글세대’라는 말이 나오도록 한자를 폐지한 적이 있다. 정권에 따라 문자정책은 미약한 차이가 있었지만, _전체적으로는 한글전용주의자들의 입김이 득세하였다. 일부 반민족주의자들은 일제의 사주를 받고 우리의 얼과 전통을 깨기 위하여 韓字를 말살해 왔다. _이윽고 2005년 시행된 ‘국어기본법’은 세종을 뜻을 왜곡하며 철저히 韓字를 배척하였다. 한자를 쓰면 창의력과 문해율이 좋아지는 것을 어찌 모르는가?

 

盲 맹 [눈 멀다 / 소경]

①亡(망할 망)의 본자는 _(망)이다. 죄인이 달아나 은폐된(_) 곳에 들어가(入입) 있다가 죽게 된 것이다. ②亡(죽을 망)은 사람(_머리 두)이 죽어서 땅에 묻힌(_) 모습으로 ‘잃다’는 뜻도 있다. ③소경(盲맹)이란 눈(目)을 잃은(亡) 사람으로 글자를 모르는 ‘까막눈’을 의미한다.

 

解 해 [풀다 / 깨닫다]

①‘모퉁이’라는 뜻을 지닌 角(뿔 각)은 짐승의 뾰족한 뿔을 그린 제부수 글자다. 나중에는 ‘술잔’이나 ‘겨루다’는 뜻으로도 쓰게 된다. ②解(풀 해)는 소(牛우)의 뿔(角)과 살을 칼(刀도)로 풀어 따로 바르는 작업을 표현했다. ③_(풀 해)는 양(羊양)의 뿔(角각)과 살을 바르는 것으로 解(해)와 같이 쓴다.

 

국민의힘 소속 김소연씨가 내건 ‘달님은 영창으로’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논란이 되었다. 달님은 문 대통령을 가리키며 영창營倉은 군부대 안에 설치한 감옥이라며 친문진영에서는 그녀를 국가원수 모독죄로 몰아넣을 궁리를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본인은 영창(映窓_방을 밝게 하려고 방과 마루 사이에 낸 미닫이)은 단지 달을 소재로 한 노래일 뿐이라고 응수했다. 한자를 표기하지 않은 데서 사달이 난 것이다. 한글과 韓字는 새의 양날개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우리민족의 글자다. 세종의 깊은 뜻을 헤아려 문맹에서 벗어나 수준 높은 문자생활을 영위하자.

 

 

 

 

 

 

 

/전성배 한문학자. 민족언어연구원장. <수필처럼 한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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