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 프로축구리그 구단의 대표 스폰서로 활동 중인 배팅 기업들의 로고./사진제공=한국마사회

 

코로나의 시대, 전 세계적으로 관중 입장제한, 선수‧물자이동제한 정책을 시행하는 가운데 스포츠 산업을 유지하기 위해 언택트 플랫폼을 최대한 활용하거나 신규로 도입하는 국가들이 생겨나고 있다.

스포츠 산업 대국인 미국은 일찌감치 언택트 시대를 준비했다. 블록체인기술과 5G 기술이 상용화되면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한 스포츠 베팅이 대세가 되고, 스포츠 산업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2019년 글로벌 컨설팅사 PwC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스포츠 산업은 2018년 711억 달러에서 2023년 831억 달러 규모로 성장을 전망하고 있다. 경마는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온라인 베팅을 통해 불법 경마 시장을 흡수하고 있지만 다른 종목의 온라인 베팅은 불법이었기 때문에 미 연방대법원은 2018년부터 각 주(州)에 스포츠 베팅을 합법화할 수 있는 결정권을 부여하면서 불법 스포츠 베팅 시장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급히 언택트 베팅을 허용한 곳도 있다. 인도의 카르나타카 洲 정부는 뭄바이, 델리 등 다른 주들과는 달리 온라인 마권 발매를 허용하지 않았으나 올해 7월부터 온라인 마권 발매를 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코로나19로 경마가 중단되자 경마관계자들을 보호하고, 급격히 감소한 세수와 공익기금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인도 하원의원인 카르티 치담바람 의원은 “이 결정을 환영하며 모든 스포츠의 온라인 발매가 합법화돼 그 수익금을 스포츠와 교육 분야의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트위터에 남겼다.

인도는 도박금지법을 통해 모든 도박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으나, 경마는 운과 기술에 의한(not just luck-based, but also skill-based) 것으로 보기 때문에 예외로 분류하고 있다.

유럽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영국 등과 달리 베팅정책에서 보수적이었던 독일의 경우, 2011년 온라인 스포츠 베팅을 한시적으로 허용한 이후, 불법 도박시장은 4.5억 달러에서 2억 달러로 줄었지만, 합법산업은 1300만 달러에서 5500만 달러로 4.2배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허용기한이 만료되는 내년 7월부터는 온라인 스포츠 베팅을 아예 제도화해 지속해서 시행할 예정이다. 프랑스는 2010년부터 온라인 스포츠 베팅을 합법화한 이후 합법산업이 불법도박시장을 흡수하기 시작해 불법도박시장 규모는 절반 이하로 축소됐다.

이처럼 스포츠 베팅에 있어 언택트는 큰 흐름이 되고 있지만, 사행성 심화에 대한 우려도 있다.

싱가포르는 2016년부터 마권에 한해 온라인 발매를 도입하면서 철저한 본인인증을 위한 현장 가입방식 고수, 자가통제 기능 운영 등을 통해 부작용에 대처하는 한편, 첨단의 불법도박 사이트 차단시스템 운영을 통해 불법도박시장을 위축시키고 일부 수요를 합법산업으로 유인시키는 방식으로 베팅시장을 관리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코로나19로 경마∙경륜∙경정 등 합법산업이 중단된 기간에도 불법 도박시장은 계속 퍼지고 있다. 2~8월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의 도박상담 건수는 8228건에서 9468건으로 전년 동기대비 13.5% 증가했고, 경마∙경륜∙경정 불법사이트 신고 건수는 작년 한 해 6077건이었으나 올해 9월까지 7703건이 접수됐다.

합법산업이 멈춘 기간 해외 경주를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 불법도박시장이 성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4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서 발표한 불법도박 규모는 81.5조원으로 무려 합법산업의 4배에 육박하고 있으며, 이 중 67%인 54.5조원이 온라인 불법도박인 것으로 나타났다.

어느덧 다가온 스포츠 베팅의 언택트 시대, 세계 각국은 불법도박시장 차단과 합법산업 보호를 위해 발 빠른 대처를 하고 있다.

이제 언택트가 일상이자 문화가 돼버린 지금, 베팅수요를 없앨 수 없다면 통제 가능한 방식으로 적정 수요를 관리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합법적 베팅수단이 없으면 결국 불법시장이 팽창되고, 그로 인한 탈세나 지하경제 확대는 물론 그 이용자들도 큰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과천=신소형 기자 ssh283@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