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생애의 마지막을 돌봐줄 사람이 없어 최소한의 예의마저 갖추기 어려운 주검들이 있다. 무연고자들의 죽음이다. 비닐팩에 밀봉한 채로 수원 연화장에 방치된 수백구의 주검들이 이런 비극을 증언한다. 가족 형태가 변하고, 홀몸노인들이 늘어가는 상황에서 이들의 죽음을 대비한 조치는 대단히 미흡하다. 아무리 경제적 능력이나 가족구성에 따른 차별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하더라도 인간의 죽음에는 최소한의 예의가 필요하다.

우리는 그 책임을 공공의 영역에 물을 수밖에 없다. 산 사람에게 그토록 냉정했던 자본의 위력이 죽은 사람에게 일말의 온정이라도 베풀어줄 리 만무하다. 그 빈틈을 메울 구석이 지금으로선 공공의 영역밖에 없다. 하지만 죽은 사람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사회보장 내용은 터무니없이 빈약하다. 오히려 더 가혹한 차별을 감수해야 한다. 무연고자에 대한 책임은 기초지방자치단체장이 맡는다. 보건복지부가 정한 '무연고 시신 등의 장사매뉴얼'은 시장 등이 무연고 등 시신처리 시 최소한의 존엄이 보장되도록 장례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기초자치단체장이 매장, 화장 사용료와 장례용품, 장례식장 안치료 등을 적정하게 산정하도록 했다. 경기도의 경우 많게는 200만원에서부터 80만원까지를 장례비용으로 책정했다. 안양시 200만원, 부천시 180만원, 구리시 160만원, 평택과 안산시는 150만원을 지원한다. 비교적 조건이 우수한 이들 지자체에는 '무연고자 등의 공영장례를 위한 조례'가 제정돼 있다.

이에 반해 수원시와 고양시에서 지원하는 비용은 80만원이다. 화장비용을 제외한 장례절차를 진행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수원과 고양은 경기도에서 인구 및 예산이 가장 많은 곳이다. 무연고자의 죽음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 결국 단체장이나 시의원들의 관심과 역량의 차이에 다름 아니다. 그런 점에서 안산시의 무연고자 장례방식과 태도는 매우 훌륭하다. 시는 무연고 사망자 발생 시 시민단체와 함께 장례를 진행한다. 자원봉사자를 모아 고인의 마지막 길을 추모하며 일반인과 같은 하늘공원에 안치한다. 안산에 가면 인간의 죽음을 대하는 최소한의 예의가 뭔지를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