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화상환자를 치료하는 화상전문병원이 인천에 없어 생기는 문제는 지난달 발생한 초등학생 형제 화재사고로 극명하게 드러났다.

인천시 용현동 빌라에서 라면을 끓이다 발생한 불로 크게 다친 A(10)군과 B(8)군 형제는 소방당국에 의해 구조된 뒤 인천 구월동에 있는 길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러나 길병원 측은 자체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장비와 인력이 없어 형제를 화상전문병원인 서울 한강성심병원으로 옮겨 치료받도록 했다. 때문에 신속성이 요구되는 화상 치료의 적기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재 화상전문병원은 전국 3개 지역에서 운영 중이다. 서울 2곳(한강성심병원•베스티안 서울병원)과 부산 2곳(하나병원•베스티안 부산병원), 대구 1곳(푸른병원) 등으로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화상전문병원들이다. 인구가 300만명인 인천에는 화상전문병원이 없다. 인구 1300만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경기도 역시 화상전문병원이 없다.

인접한 서울의 화상전문병원을 이용할 수는 있지만 상당시간이 소요된다. 화상 치료는 무엇보다 초기에 적절한 대처가 중요한 점을 감안하면 부당한 의료환경이다. 경기도 외곽지역과 충청권•강원권•호남권은 더욱 사정이 열악할 것이다.

화상전문병원은 화상 치료에 특화된 의료진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외과•정형외과•성형외과 등이 협진 체계를 이루고 있어 입원 초기부터 전문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인천을 비롯한 지역에는 이러한 화상전문병원이 없는 탓에 중증 화상환자가 발생할 때마다 서울 등 다른 지역으로 이송하는 실정이다. 인천지역에서만 매년 100명에 가까운 중증 화상환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화성전문병원이 서울•부산•대구에만 있는 것에 대해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은 “화상 치료는 수익에 도움이 안된다는 이유로 대학병원조차 기피하는 분야”라고 밝혔다. 그러면 의료 형평성 차원에서 정부가 나서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럼에도 정부는 왜 서울•부산•대구에만 화상전문병원을 지정•운영하고 있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