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의 중국 차하얼학회 선임연구원

마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곧 방한한다. 한미관계, 대북관계 등 주요 의제 외에 중국에 대해 어떤 제스처 혹은 액션을 취할 지가 지대한 관심사다. 가는 곳마다 중국을 억제해야 하고 중공(中共)을 반대해야 한다고 호소하며 미 행정부에서 중국 현 정권을 부정하고 적대시하는 최전방에 나선 그런 폼페이오 장관이기 때문이다.

현 단계의 중미관계를 보면 흔히 전면적 대치로 치닫는 소위 '신(新)냉전'이라고 한다.

20세기 1970년대부터 양국관계가 개선되기 시작하여 2010년까지 크고 작은 모순과 마찰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순조로운 발전을 이루었다. 그동안 중국은 개혁개방을 하고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에 어울리며 장족의 발전을 이뤘다. 미국은 중국이 반드시 시장경제, 민주, 자유라는 보편적 가치 등 서양의 이념과 체제를 받아들이면서 결국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에 집념했던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정치, 체제적 변화를 통해 서방세계와 포옹할 줄 알았다.

그러나 미국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중국은 세계 제2의 경제규모를 가지고 있지만 정치적으로 이념적으로 미국 등 서방세계가 주도하는 가치관과 체제와 점점 멀어지고 심지어 반대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특히 최근 수년간 중국의 중앙집권 경향과 정치적 통제,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고수에 대한 선양, 중국 체제 우월성에 대한 강조와 대외적인 홍보 및 영향력의 확장은 미국의 경계를 불러일으켰다.

미국은 이를 서양문명, 특히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세계의 이념과 가치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반대하고 나섰다.

만약 중미관계를 부부관계로 비유하면 양국은 이미 부부싸움(마찰과 분쟁) 단계를 거쳐 이혼(디커플링) 단계에 이르렀으며 곧 원수지간으로 될 듯하다. 무역분쟁으로부터 5G, 반도체 대중수출 제재까지, 홍콩문제로부터 신장(新疆)자치구 위구르족 인권까지, 남중국해 문제로부터 타이완(臺灣)문제까지, 영사관 상호 폐쇄로부터 인적 교류제한까지 전면적으로 대치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이 대치는 언제, 어떻게 끝날지는 모르는 일이다.

미국을 선두로 하는 서방 진영과 구 소련을 중심으로 한 사회주의 진영의 대립을 특징으로 하는 구(舊)냉전과 비교하면 신냉전은 진영의 구분과 지정학적 경계선이 불분명하다.

미국은 'FIVE EYES'(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5개국)를 포함한 동맹과 우방을 동원해 중국을 억제하는 진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중국은 이를 저지하고 신냉전의 국면 조성을 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국은 미국의 동맹국이면서 중국의 중요한 이웃이자 '모범적 동반자' 관계를 가진 나라로서 중미 싸움에서 중요하고도 미묘한 위치에 놓여 있다. 미국이 없으면 오늘의 대한민국이 없다 할 정도로 한미동맹은 한국에게 있어 무엇보다 중요하고 대외정책의 한 축이 되는 존재이다. 중국과 한국은 체제가 다르며 수교 역사도 짧지만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이웃이고 역사적•인문적으로 오랜 유대관계를 갖고 있으며 특히 경제적으로 뗄래야 뗄 수 없는 동반자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말이 있듯이 한국은 중미 양국 싸움에서 여유 있게 처신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과 미국이 한국으로 하여금 편들기를 강요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또한 한국정부도 양쪽의 압력을 받아도 흔들리지 않고 보다 자주적이고 합리적인 행동과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한국은 중미 양국과 모두 좋은 관계를 갖고 있는 이점을 활용하여 양국의 소통과 충돌방지에 어느 정도 촉매제나 브레이크 역할을 할 수 있다면 한국의 위상도 한층 높아질 것이다.

한반도는 냉전의 잔재가 여전히 남아 있다. 냉전으로 인한 고통과 상처가 아직 가시지도 아물지도 않았다. 신냉전의 유령이 또 다시 한반도에 나타나면 안되고, 한반도가 또 다시 신냉전에 휘말리면 안된다. 이러한 걱정은 기우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