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준비하려는 손님 줄 이어
깎아달란 말에도 웃음기 가득
“명절 대목 다 옛말” 아쉬움도
▲ 추석연휴를 이틀 앞둔 28일 오전 수원시 권선구 농수산물도매시장 청과코너에 시민들이 다양한 과일을 고르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민족 대명절 추석을 사흘 앞둔 28일 그동안 코로나19로 얼어붙었던 경기지역 전통시장에 모처럼 활기가 띠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지 등에게 내놓을 음식 등을 준비하려는 방문객들이 줄을 이으면서 상인들은 조금이나마 위안을 얻었다.

이날 오전 10시쯤 수원 대표 전통시장 9곳이 모여 있는 수원 팔달문 앞. 추석을 앞두고 찾아온 시민들로 북적거렸다. 시민들은 질 좋은 식재료를 찾기 위해 이곳저곳을 돌아다녔고, 이미 장을 끝낸 이들은 고기와 과일 등이 가득히 담은 장바구니를 양손에 들고 있었다.

상인들도 가게를 찾은 손님을 놓칠세라 눈과 손을 바쁘게 움직였다. 한 생선가게 앞. 주민 김모(53)씨가 말린 북어포를 정성스럽게 썰고 있었다. 김씨는 “한 마리에 5000원”이라며 먹기 좋게 잘라 놓은 북어포를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내밀면서 관심을 끌었다.

“너무 비싸다. 조금만 더 깎아주세요” 가격 흥정을 벌이는 시민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9000원에 드릴게요” 계속되는 할인 요구에 한 상인은 10개에 1만원이었던 사과를 마지못해 1000원을 깎아줬다. 그래도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불과 10여일 전 만에도 사람을 쉽게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한산한 상황과 대조됐기 때문이다.

정육가게를 하는 이모(45)씨는 “평상시 하루 30~40만원 벌었는데 코로나19로 50% 이상 줄었다”며 “추석이 찾아오면서 손님도 늘어 다행이다”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코로나19 이후 도내 전통시장을 조사한 결과 매출이 지난해보다 43.3~52.6%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산 단원구 안산시민시장도 사람이 붐비기는 마찬가지. 조기는 물론 사과, 배 등 명절을 맞아 양손에 한가득 장을 본 시민들이 곳곳에 보였다.

과일가게를 하는 박모(47)씨는 “손님이 없으면 어쩌나하고 걱정했는데 지난달보다 두 배 이상 늘어 그나마 다행”이라면서도 “지난해 추석과 비교하면 30% 정도 손님이 줄었지만 모처럼 손님들을 마주하니 기쁘다”고 환하게 웃었다.

추석 대목을 기대했으나 평소와 비슷한 수준이라면서 다소 실망스러운 목소리는 내는 상인도 있었다.

정육가게를 하는 다른 최모(42)씨는 “코로나19가 없었어도 추석은 모처럼 영업난을 겪고 있던 시장상인들에게 탈출구와 같았다. 이젠 그마저도 다 옛날 말이 된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경기남부 최대 전통시장인 성남 모란시장은 29일부터 음식점을 포함한 모든 점포가 정상영업에 나서면서 이날 손님맞이 준비에 분주했다.

한편 경기도가 9월18부터 23일까지 지역화폐 하루 평균 충전금액을 조사한 결과 16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6~8월 하루 평균 67억원보다 2배를 넘는 수준이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