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가 무연고자 유해를 진공팩에 담아 수원시연화장 지하 캐비닛에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은 놀라움을 넘어 참혹함을 느끼게 한다. 살아 생전 가족과 이웃의 따뜻한 보살핌을 받지 못한 무연고자들이 죽어서도 우리 사회에서 버림받는 존재가 되는 현실이라고는 믿기 힘든 일이다.

현재 수원시연화장 추모의 집 지하 공간 캐비닛에는 비닐에 싸여 켜켜이 보관 중인 무연고자 유해가 1000여 구가 된다고 한다. 유해를 마치 도서나 서류를 보관하듯, 40~50여 개의 철제 캐비닛에 보관하면서 문은 잠금장치로 굳게 잠갔다고 한다. 유해가 담긴 진공팩 하나하나에는 이름과 사망 일자, 일련번호를 적어 고인이 생전에 누구였는지를 알 수 있는 유일한 표식을 남겼다. 일부에는 이름마저도 없이 발견된 날짜만 적혀 '무명(無名)'으로 남았다. 아무리 연고자를 찾지 못하고, 가족이 시신 인수를 거부한다고 해도 이는 망자에 대한 기본적인 예우를 져버린 것이다. 우리 사회구성원이라는 생각을 갖고 한평생 살았을 터인데.

유해 1000여구는 최근 5년 수원지역에서 발생한 무연고자이다. 수원시는 2016년에 그간 보관해온 무연고자의 유해를 합동 유골처리장에서 산골(유해를 뿌리는 일) 한 이후 발생한 것을 이 지하 공간에 보관해왔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무연고자의 장례는 해당 기초지방자치단체장이 맡는다.

시장 등은 무연고자 시신에 대해 5년간 매장하거나 화장해 봉안해야 하며, 기간이 종료된 후에는 장사시설 내 유골을 뿌리거나 자연장해야 한다. 수원시는 무연고자 '봉안'의 방법으로 진공팩를 택한 것이다. 수원시를 탓할 일은 아니다. 관련 조례가 없는 다수의 지자체가 유사할 것으로 짐작된다.

최근 연고자가 있더라도 장례식을 치를 비용이 없거나 가족관계 단절에 따라 시신 인수를 포기하면서 무연고자로 처리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제라도 무연고 사망자의 존엄을 위해 조례 제정 등 관련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이를 계기로 '인간의 존엄성'과 '존엄한 죽음이란 무엇인가?'를 모두 고민해야 할 때다. 무연고 망자를 위로하는 것은 남은 이들의 몫이요, 기본적인 도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