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호 경제부 부국장

“아라뱃길은 800년 대계다. 쉽게 포기하거나, 급하게 새로운 결정을 내려선 안된다.”

800년 전인 고려 고종(1213∼1259) 때 실권자인 최충헌의 아들 최이(미상~1249)는 선박이 상습 전복되는 강화도 염하의 '손돌목'을 피해서 세금운반선 등이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도록, 인천 원통현~굴포천~한강을 직접 연결하는 운하 건설을 시도했다. 그러나 인천시 원통현(원통이고개) 400m 구간의 암석층을 뚫지 못해 결국 운하 건설 시도는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그 이후 조선 때도 운하 건설은 계속 추진되었다. 현대에 들어서 1966년 서울시 영등포구 가양동에서 인천시 서구 원창동 율도까지 총연장 21㎞, 수심 4m, 하폭 90m의 운하 건설이 추진되었다. 하지만 경인지역의 급격한 도시화와 지역개발로 이 역시도 중단되고 말았다.

그러다 1987년 굴포천유역의 대홍수로 큰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하자 방수로를 신설하여 홍수량 일부를 서해로 방류하는 내용의 '굴포천 치수대책'을 수립하게 되었다. 굴포천 유역(인천 계양•부평, 경기 부천•김포 등)은 40%가 한강 홍수위 이하의 저지대로 평상시에는 하천물이 한강으로 흐르나, 홍수 시에는 한강수위가 굴포천 수위보다 4m 이상(100년 빈도) 높아 자연배수가 불가능해진다는 이유로, 홍수피해 방지를 위해서는 서해로 직접 방류하는 '굴포천 방수로' 건설이 계획됐다.

그러나 방수로만 건설할 경우 홍수발생 시에만 사용하는 임시수로의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 방수로가 출발하는 굴포천 유역에서 한강 쪽으로 조금만 더 연결해주면 홍수대비뿐 아니라 평상시에도 운하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홍수예방을 위한 대량 수로 확보와 평상시에는 운하로 사용하기 위해 1995년도부터 '경인운하' 사업을 추진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민자사업자까지 선정하여 사업이 탄력을 받는 듯 했으나, 이후 계속되는 환경단체의 반대와 경제성 논란 등으로 사업은 계속 지연됐다. 이런 와중에도 굴포천 유역의 홍수피해가 계속되자 경인운하 사업은 잠정 보류됐다. 2004년 임시방수로 공사만 우선 착수하게 되었다.

이에 대해 2004년 당시 환경단체는 성명을 내고 “2003년 감사원의 경인운하 재검토 결정 이후, 정부에서는 일단 경인운하 추진은 보류하고 굴포천 방수로 공사를 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그에 따라 현재 수자원공사가 중심이 되어서 공사를 위한 입찰공고를 했는데 내용을 보면 도대체 홍수예방을 위한 방수로 공사인지, 아니면 순수한 방수로 공사가 아닌 경인운하를 염두에 둔 방수로 공사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후 오랜 기간 동안 경인운하 사업계획 및 타당성에 대한 재검토와 환경단체와의 줄다리기는 계속되었다. 그러다가 정부는 2008년 국가정책조종회의에서 민자사업에서 공공사업으로 전환하여 사업시행자를 K-water(한국수자원공사)로 변경, 2009년 첫 삽을 뜨게 되었고, 2011년 우여곡절 끝에 논란을 안고 '경인아라뱃길'이 탄생하게 되었다.

경인아라뱃길은 당시 이명박 정부가 물류와 여객 운송을 위해 건설한다고 했지만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아라뱃길의 기능 개선 방안'을 묻는 시민 공론화 작업이 수년전부터 일어났고, 올해부터 본격 진행 중이다. 환경부와 경인아라뱃길 공론화위원회는 9월에 3차례의 시나리오워크숍을 진행했다. 10월에는 지역주민 120명이 참여하는 시민위원회와 추가 논의를 거쳐 최적대안 후보를 마련한다고 한다.

국토교통부•K-water 및 공론화위원회·시민위원회에 부탁드린다. “아라뱃길은 800년 대계다. 쉽게 포기하거나, 급하게 새로운 결정을 내려서는 안될 것이다.” 첫째, 현재의 물류기능을 쉽게 포기하지 말기 바란다. 물류기능을 포기하기 위해선, 적어도 부두시설 등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해야 할 것이다. 또한 9월에 재취항한 CJ대한통운의 삼다수 등과 같은 작업을 끊임없이 확대해야 할 것이다.

둘째, 베니스 운하(이탈리아)•스톡홀름 운하(스웨덴)•리도 운하(캐나다)•경항대운하(중국 항저우•쑤저우) 등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급 운하들보다 더 아름답고 멋지게 아라뱃길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쉽게 포기하거나 결정하지 말아야 한다. 적어도 10년 이상 검토 작업에 심혈을 기울여서 기획초안을 만들어도 결코 늦지 않다. 이미 수백 년을 기다렸고, 앞으로 길이 자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소중한 자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