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초대석] 임승관 경기도 긴급대책단 공동단장
[금요초대석] 임승관 경기도 긴급대책단 공동단장
  • 임태환
  • 승인 2020.09.24 19:46
  • 수정 2020.10.06 14:04
  • 2020.09.25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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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걸 알고 있다는 행동, 그것이 바로  함정
▲ '코로나19를 용기 있게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임승관 경기도 코로나19 <br>긴급대책단 공동단장은 “코로나19 유행 종식에 대한 막연한 기대보다 이를 인정하고 적절한 안전선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br>​​​​​​​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 '코로나19를 용기 있게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임승관 경기도 코로나19
긴급대책단 공동단장은 “코로나19 유행 종식에 대한 막연한 기대보다 이를 인정하고 적절한 안전선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1세기 만에 돌아온 가장 위험한 팬데믹

1918년 스페인독감 버금가는 지독한 감염병

메르스 치명률·신종플루 감염률 동시에 지녀

실제 겪어본 인물 없어 초기대처 미흡했고

사스때보다 확대된 세계화는 상황 악화시켜

 

-가을철 우려되는 트윈데믹 … 마스크 착용이 핵심

코로나 주요 원인 비말, 가을엔 더 멀리 퍼져

독감유행까지 겹칠땐 의료진 부담 가중

브라질 등 남반구 마스크로 예방되는 추세

'우리도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감

 

-종식이란 바람보다 '안전선' 찾아야

'0'이란 과도한 목표보다 확산 막는 게 중요

확진자 대한 비난보다 보듬는 문화로 극복을

 

“코로나19 대응에 있어 가장 위험한 건 '우리는 대처 방법을 알고 있다'는 안일한 생각입니다. 이는 답을 아는 게 아니라 더는 질문을 하지 않겠다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국내 최고 감염병 전문가인 임승관 경기도 코로나19 긴급대책단 공동단장(안성병원장)은 그 누구보다 단호했다.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방역 정책이 성공적이라는 해외 평가가 잇따르면서 'K-방역'이란 단어가 생기는 등 자화자찬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을 마냥 좋게만 볼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사실 코로나19와 관련된 우리의 경험은 매우 부분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를 가지고 마치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듯이 행동한다면 실수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노력한 중앙·지방정부와 의료진, 그리고 모든 국민은 박수를 받아 마땅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코로나19와의 긴 전쟁에서 이제 막 하나의 전투를 끝낸 것일 수도 있습니다. 더 큰 위기가 다가올 수 있는데도 '코로나19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식으로 행동한다면 틀림없이 예상치 못한 문제가 찾아올 것입니다.”

 

#코로나19에 속수무책 당하는 이유, 대응 경험 부족

그동안 우리나라에 영향을 끼친 감염병은 많다.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A(H1N1),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와 올해 코로나19 등이 대표적이다.

임 단장은 이 중에서도 유독 코로나19 만큼은 막기 힘든 이유에 대해 '1918년 발생한 스페인 독감 이후 가장 위험한 감염병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Pandemic·감염병 세계적 유행)을 선언하는 감염병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가령 메르스 같은 경우 치명률이 높아 오히려 팬데믹으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치명률과 감염률은 서로 반비례하기에 메르스가 유행하던 당시 코로나19처럼 단순 접촉으로 쉽게 감염되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신종 인플루엔자는 정확히 그 반대입니다. 감염률이 높은 대신 치명률은 극히 낮습니다. 물론 신종 인플루엔자의 경우 팬데믹이 선언됐지만, 코로나19처럼 공포 분위기는 덜했습니다. 사실상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었던 셈입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메르스와 신종 인플루엔자의 중간 지점에 속하는 감염병이다. 메르스처럼 상대적으로 위험한 동시에 신종 인플루엔자만큼 확산 속도가 빠르다. 이를 두고 임 단장은 사실상 102년 만에 돌아온 가장 위험한 팬데믹이라고 표현했다. “코로나19는 전 세계적으로 수천만 명의 사망자가 나온 '스페인 독감'을 떠오르게 합니다. 여기서 문제는 너무 오랜만에 겪는 대혼란이기에 WHO와 FDA(미국식품의약국) 관계자는 물론,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까지도 이 같은 감염병에 대해 책(이론)으로만 접해봤다는 데 있습니다. 실제로 겪어본 인물이 없어 초기 대처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그나마 사스가 코로나19와 성격이 비슷했지만, 이 역시 자세히 들여다본다면 상황이 너무 다릅니다.”

사스가 팬데믹으로 이어지지 않은 데에는 지리적 특징이 크게 작용했다. 사스가 처음 발생한 홍콩이 사실상 섬인 탓에 무분별한 확산은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첫 발생지인 중국 우한은 철도 교통의 중심지라고 불릴 정도로 교류가 활발한 곳이다.“2003년과 2020년의 가장 큰 차이는 세계화가 이뤄졌다는 점입니다. 교통 발달로 이미 한국과 중국, 일본 등은 하나로 연결됐고, 결국 코로나19는 걷잡을 수 없이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남반구에 사라진 '독감'…북반구에도 통할까

코로나19 사태 이후 감염병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코로나19 가을 대유행을 예측했다. 코로나19 주요 전염 요인인 비말(침방울)이 가을철에는 더 멀리까지 퍼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을은 독감이 유행하는 계절인 탓에 트윈데믹(Twin-demic)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까지 곳곳에서 나왔다. 트윈데믹은 증상이 비슷한 질병의 유행이 동시에 일어나는 현상을 말한다.

이를 두고 임 단장은 트윈데믹이 발생하더라도 사망자 수가 급속도로 늘어나는 등의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검사를 받는 인원이 늘어남에 따라 뒤따르는 의료진 과부하 문제 및 의료 자원의 공급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코로나19와 독감 모두 비말로 전염되는 호흡기 질환입니다. 고열과 두통 등 증상 역시 비슷해 구별하기 쉽지 않아 의료진의 업무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이 예상되지만, 다행히 기대되는 부분도 존재한다. 임 단장은 현재 독감이 유행하는 겨울철에 해당하는 남반구에서 독감이 점점 사라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남반구에 독감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예방을 목표로 마스크를 적극적으로 착용하다 보니 독감 역시 자연스럽게 예방된 것입니다. 이에 따라 북반구에 동절기가 오더라도 예전만큼 독감이 유행할 것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물론 북반구엔 중국과 인도 등 인구수가 특히나 많은 곳이 있다는 변수가 있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와 철저한 마스크 착용 등을 꾸준히 이어간다면 트윈데믹에 대한 걱정은 조금은 덜어도 될 것 같습니다.”

 

#막연한 코로나19 '종식' 기대보단 '안전선' 찾아야

코로나19와의 불편한 동거가 어느덧 1년 가까이 이어지는 가운데 경기도민을 비롯한 전 국민 관심은 '코로나19 유행이 언제쯤 종식되느냐'에 쏠려있다. 코로나19 이전 시대처럼 아무런 걱정 없이 친구들과 시간을 보낸다거나, 문화생활을 즐기는 시간 등이 그립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기대에도 임 단장은 '아무리 빨라도 몇 년 뒤의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의 주장은 국민의 희망을 부수는 게 아니라, 코로나19와의 동거를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핵심이다.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단 1명도 나와선 안 된다'는 주장이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수많은 학부모가 방역 당국에 이처럼 요구한다면 학교는 언제까지고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사실 감염병이 전파되는 것 자체는 오류가 아닙니다. 다만 감염병이 폭주하는 것은 오류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확산을 최대한 막는 것이 중요하지 당장 코로나19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과도한 목표를 가진다면 모두가 힘든 나날을 보낼 수밖에 없습니다.”

위험은 조절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임 단장은 코로나19의 위험 수준을 '0'에 맞추기보단 '3~5' 정도의 안전선을 찾아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여기엔 코로나19를 용기 있게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전제가 깔린다. “우리 사회가 코로나19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어디까지인지 찾아내고 이 안에서 최대한 안전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아울러 타인에 대한 비난 역시 자제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필요합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적극적으로 동참했음에도 불가피하게 코로나19에 걸렸다면 무작정 비난하기보단 보듬어주는 문화가 조성돼야 합니다. 한마음 한뜻으로 나아간다면 분명 코로나19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습니다.”

 


 

-임승관 공동단장은...

수원 아주대학교 병원에서 감염내과 교수로 11년 동안 활동한 뒤 2018년 11월부터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국내 최고의 감염병 전문가로 불린다. 감염병의 현상을 들여다보고 위험요인 등을 찾아내는 역할을 하는 그는 그동안 감염병 관련 문제가 터질 때마다 경기도민을 위해 주저하지 않고 소매를 걷어붙였다. 실제 2009년과 2015년, 각각 신종 인플루엔자와 메르스가 유행하던 당시 경기도로부터 협력 요청을 제안받은 그는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구슬땀을 흘린 바 있다.

올해 역시 '코로나19 사태 해결을 위해 함께 하자'는 도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인 그는 긴급대책단 공동단장으로서 '경기도 홈케어 시스템' 도입은 물론 코로나19 중증환자를 상급 의료기관으로 안전하게 옮길 수 있도록 '음압구급차'의 활용 방안을 내놓는 등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한 도를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임태환 기자 imsens@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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