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병원 중증환자 발생땐 치료 한계
용현동 형제도 응급 처치 후 이송돼
환자 매년 100명 육박 … 병원유치 시급

초등학생 형제에게 중화상을 입힌 화재사고로 허술한 인천지역 의료 체계의 민낯이 드러났다. 중증 화상환자를 치료하는 화상전문병원이 인천에 없는 탓에 화재 현장에서 구조된 부상자들이 화상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24일 인천소방본부와 가천대길병원에 따르면 이달 14일 인천 미추홀구 용현동 빌라에서 발생한 불로 크게 다친 A(10)군과 B(8)군 형제는 소방당국에 구조된 뒤 곧바로 남동구 소재 길병원으로 이송됐다. 동생 B군은 다리 등에 1도 화상을 입은 반면, 형 A군은 등 쪽에 3도 화상을 비롯해 온몸의 40%에 큰 화상을 당했다. 1도 화상은 표피가 살짝 그을린 수준이고, 3도 화상은 피부 전층이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손상된 상태를 말한다. 3도 화상 범위가 넓을수록 사망률도 높아지게 된다.

당시 길병원 측은 전문적인 화상 치료가 시급하다고 판단해 이들 형제를 화상전문병원인 서울 한강성심병원으로 옮겨 치료받도록 했다. 이 병원 중환자실에 있는 형제는 열흘째 의식 불명 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길병원 관계자는 “심한 화상을 입은 환자를 치료하려면 그만한 인력과 장비를 갖춰야 하는데 인천에는 그런 능력을 가진 병원이 없다”며 “이에 형제를 응급 처치한 뒤 서울 화상전문병원으로 전원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화상전문병원은 화상 치료에 특화된 의료진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외과·정형외과·내과·성형외과 등이 협진 체계를 이루고 있어 입원 초기부터 전문적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화상전문병원이 인천에 없는 탓에 중증 화상환자가 발생할 때마다 서울 등 다른 지역으로 보내야 한다는 점이다. 초기에 적절한 대처가 중요한 화상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화상전문병원은 전국 3개 지역에서 운영 중이다. 서울 2곳(한강성심병원·베스티안 서울병원)과 부산 2곳(하나병원·베스티안 부산병원), 대구 1곳(푸른병원) 등으로,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전문병원들이다. 용현동 빌라 화재사고를 계기로 화상전문병원을 지역에 유치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최근 5년간 인천에선 연평균 1678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해마다 화재로 부상을 입어 치료를 받게 된 환자는 94명으로 100명에 가깝다.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은 “화상 치료는 수익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로 대학병원조차 기피하는 분야”라며 “그러나 300만 대도시 인천에는 꼭 필요한 의료 영역이다. 인천시민이 신속하고 적절한 화상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정책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기”라고 조언했다.

/박범준·정회진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