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만 바쁜 '디지털 성범죄 예방'
경기도만 바쁜 '디지털 성범죄 예방'
  • 황신섭
  • 승인 2020.09.24 17:45
  • 수정 2020.09.24 17:45
  • 2020.09.25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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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대응단 발족 시작해 피해자지원센터 개소 등 발빠른 움직임에도
31개 시·군 중 관련 조례 검토는 파주시가 유일 … 적극 동참 목소리

경기도가 이른바 n번방 사건을 계기로 디지털 성범죄 예방·피해자 지원에 나섰지만 정작 일선 시·군은 무관심하다. 31개 시·군 중 '디지털 성범죄 방지 및 피해 지원 조례'를 제정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파주시만 최근 이 조례 제정안이 시의회를 통과해 공표를 앞두고 있다.

24일 도에 따르면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이후 디지털 성범죄 예방과 피해자 지원을 다방면으로 추진 중이다. 도는 지난 6월 가족여성연구원과 함께 광역 차원의 디지털 성범죄 대응 추진단을 발족했다. 이재명 지사와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단장을 맡았다.

민관 전문가 45명도 동참했다. 추진단은 한국형 그루밍(아동 청소년을 유인해 성을 착취하는 행위) 성범죄 예방·관리 지침을 만들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이어 도는 7월15일엔 전국에선 처음으로 '디지털 성범죄 방지 및 피해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지난달엔 디지털 성범죄 근절 실행 계획도 발표했다. 도는 이에 따라 내년 1월부터 피해자 전담 기관인 원스톱 지원센터를 개소하고, 도민·사이버 감시단도 운영할 계획이다.

이처럼 도가 디지털 성범죄 예방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과 달리 일선 시·군은 해당 조례조차 만들지 않고 있다. 현재 디지털 성범죄 방지 및 피해 지원 조례 제정을 추진한 지자체는 파주시뿐이다. 시의회가 지난 11일 이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양주·포천시 등 나머지 30개 시·군은 아예 조례 제정조차 검토하지 않는 상태다. 디지털 성범죄 방지 차원에서 하는 일은 대부분 공중화장실 등 다중 이용시설에 몰래카메라가 설치됐는지를 확인하는 정도다.

양주시 관계자는 “조례가 없다고 디지털 성범죄 근절에 무관심한 건 절대 아니다”라면서도 “관련 조례를 만들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포천시 관계자도 “경찰과 함께 공중 이용시설의 몰카를 점검한다”며 “조례 제정 여부는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선 시·군이 디지털 성범죄 근절에 좀 더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사옥 도 가족여성연구원 젠더거버넌스센터장은 “디지털 성범죄는 특정 지역을 넘어 온라인 등 어디서나 일어난다”며 “도를 중심으로 한 광역 차원의 대응 영역도 있지만 시·군이 함께해야 할 지점도 분명히 있다. 이를 고민할 때다”라고 강조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도 “도가 내년부터 추진하는 원스톱지원센터는 해바라기센터·여성 폭력 방지 기관과 연계·운영한다. 디지털 성범죄를 막고 피해자를 지원하려면 포렌식(과학수사 기법) 수사와 피해 영상 삭제, 심리 상담 등이 수반된다. 이 과정에 예산도 필요하다”라며 “그러려면 관련 조례가 있어야 가능하다. 일선 시·군이 디지털 성범죄 예방 의지가 있다면 해당 조례를 제정해야 맞다”고 지적했다.

 

/황신섭 기자 hss@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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