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갯벌 섬, 갯끈풀 퍼져 생태계 위협

인천 섬의 가치를 발굴하고, 전하는 2020년 제10기 청소년 인천 섬바다 기자단 ‘파랑’의 새로운 여정이 시작됐다. 파랑기자단은 이달부터 오는 12월까지 강화군 동검도와 중구 무의도, 옹진군 장봉도·대이작도 등 4개의 섬을 둘러본다. 올해는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최소한의 인원이 참여했다. 섬 지역을 다닐 때 마스크 착용은 물론 거리두기 등 방역 수칙을 철저하게 지키며 활동하고 있다. 

청소년기자단 파랑 단체사진.

 

동검도 전경.

첫발을 디딘 곳은 강화군 동검도다. 면적이 1.61㎢ 밖에 되지 않는 작은 섬 동검도는 과거 중국에서 서울을 찾아온 중국 사신이나 상인을 검문하던 곳이었다. 석모도 서쪽에 서검도, 강화도 섬 아래에 동검도가 있다. 이 섬은 포구를 따라 갈대밭이 발달해 있고, 주민들 대부분은 어업에 종사하는 어민들이다.

강화군과 다리로 연결돼 있는 동검도는 오늘날 차로 편하게 오갈 수 있다. 과거 제방이 놓여 있을 당시 바닷물이 차단돼 양쪽 바다가 죽으면서 갯벌이 오염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그러나 이제는 물길을 되살리는 갯벌 생태계 복원사업으로 섬과 섬과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생겼다.

지난 12일 파랑 기자단이 찾은 동검도는 이른 아침부터 내린 비로 흐렸다. 바람이 불 때마다 흔들리는 갈대는 반갑다며 인사를 하는 것 같았다.

수백 명밖에 살지 않고 있는 작은 섬마을이지만 최근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코로나19로 캠핑을 하기 위해 찾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관광객들의 차는 끊임없이 섬으로 들어왔다. 곳곳에는 설치된 텐트와 사람들로 가득했다.

지난 12일 인천 강화군 동검도 선착장에 캠핑족들이 몰려와 있다. /사진제공=인천녹색연합

▲코로나19를 잊은 캠핑족들에게 점령당한 선착장

이날 파랑 기자단이 찾은 동검도 선착장은 코로나19 사태를 잊어버린 듯 마스크를 쓰지 않은 캠핑족들로 넘쳐났다. 거리 두기도 보기 힘들었다. 형형색색의 텐트들과 차들로 선착장은 빽빽했다.

이로 인해 동검도 지역주민들과 어민들은 방역 문제로 걱정이 많은 상태다. 매일 방역을 하지만 개개인의 방역 수칙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어 혹여나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를 하고 있었다.

강준희 동검도 어촌계장은 “매일매일 방역하는데도 걱정이 크다”며 “여기는 CCTV도 없어 누가 왔는지 추적할 수도 없어서 주민들이 불안해한다. 섬을 찾는 분들은 마스크 쓰기 등 개개인의 방역 수칙을 잘 지켜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캠핑족이 버리고 간 쓰레기는 또 다른 골칫거리다. 선착장 곳곳에 쓰레기가 산을 이루고 있었다. 큰 상자부터 플라스틱 용기, 술병 등이 나뒹굴었다.

강 계장은 “지역주민들이 캠핑족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를 줍긴 하지만 역부족이다”며 “집에 갈 때 쓰레기도 가져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망원경으로 본 동검도 남측 갯벌에 자란 갯끈풀.

▲갯벌 생태계 파괴자 ‘갯끈풀’

동검도는 조개 등 여러 생물이 살기 좋은 갯벌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갯벌 파괴자’라고 불리는 갯끈풀이 동검도 갯벌에 등장하면서 생태계가 변화하고 있다.

외래종인 갯끈풀은 강한 생명력과 번식력으로 갯벌 생태계를 파괴한다.

망원경을 이용해 동검도 남측 갯벌을 관찰해 보니 우리가 흔히 알던 회색빛 갯벌은 사라지고 있었다. 갯벌은 갯끈풀로 덮여 흡사 녹색 늪지처럼 변화하고 있었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갯벌 뒤집기, 맨손 뽑기 등을 실시해 개체 수 줄이기에 나섰다. 그러나 한번 번식을 시작한 갯끈풀은 사라지기 쉽지 않다.

인천 지역 환경단체는 갯벌을 육지화하는 갯끈풀 제거를 위해선 꾸준한 모니터링을 통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인천녹색연합 관계자는 “갯끈풀을 확산 속도가 빨라 섬에 직접 살고 있는 지역주민들이 모니터링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전에 지역주민들에게 갯끈풀을 알리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민서 제물포고등학교 1, 이준호 정석항공과학고등학교 1



갯벌보존 교량, 해수의 흐름 생각만큼 원활하지 않아 

강화군과 동검도를 잇는 연륙교 /사진제공=인천녹색연합

인천 강화군과 동검도를 잇는 제방이 갯벌보존을 위해 교량으로 바뀐 지 2년이 지났지만 주민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교량으로 바뀌었지만 기존 제방과 마찬가지로 해수의 유통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기존 제방은 해수가 유통되지 않아 강화 남부와 북부의 갯벌의 유기적인 연결이 불가능하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를 해결하고자 해양수산부와 강화군은 ‘동검도 갯벌 생태복원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50억 원의 예산을 들여 2018년 제방을 해수가 유통할 수 있는 연륙교로 교체했다.

그러나 연륙교로 바뀐 이후에도 해수의 유통은 원활하지 않은 상태라고 주민들은 지적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공사 당시 사전조사를 하지 않아 갯벌의 퇴적층이 어디까지인지를 알 길이 없고 생태계 전후 변화에 대한 조사도 미비했다고 한다.

특히 교량 건설을 위한 기초를 다지기 위해 다리 밑에 쌓인 길이 약 290m, 너비 약 80m, 깊이 약 3m 이상의 돌무더기가 완공 후에도 치워지지 않아 해수 유통이 전혀 되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갯벌의 모래, 진흙과 달리 공사용 돌은 만조 때에도 바닷물에 쓸려가지 않아 해수의 순환을 막고 있다. 현재는 임시방편으로 폭 1m 정도의 물줄기 4∼5개를 파 놓은 것이 전부다.

물이 들어서야 할 만조 때에도 시냇물처럼 졸졸 흐를 뿐, 강화 남부와 북부 갯벌의 유기적인 연결은 이뤄지지 않았다.

생태복원 사업을 가까이에서 살펴본 김순래 강화도시민연대 생태보존위원장은 “제방을 교량으로 교체한 이유는 갯벌을 복원하기 위해서였지만, 막상 교량 건설 이후에도 갯벌 복원은 되지 않고 있다. 복원에 대한 관심과 고민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이진섭 인천국제고등학교 2



[김순래 강화도시민연대 생태보전위원장] "미래 세대들에겐 좋은 환경 남겨줘야"

“미래 세대를 위한 좋은 환경을 남겨주고 싶어요.”

김순래(63) 강화도시민연대 생태보전위원장은 앞으로 포부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강화중학교 교사였던 김순래씨는 학교 내 청소년 환경동아리 지도교사로 활동하면서 갯벌생태계에 관심을 갖게 됐다. 2000년 강화도시민연대 활동을 시작으로 습지 이동성 물새 서식지 보존 운동과 EAAFP(동아시아 대양주 철새 이동경로 파트너쉽) 인천경기만생태지역TF 의장 등을 맡으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지난해 교사를 정년퇴직하고 환경 활동가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강화 갯벌 보전과 저어새 보호 운동, 그리고 이러한 보전 운동을 위한 전문 교육자를 양성하고 있다. 학생들과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갯벌생태계 보전 등의 강의를 한다.

그가 활동하면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갯벌생태계 보전 활동을 위해서는 많은 연구 자료와 근거자료가 있어야 하지만 동검도와 관련된 연구 자료가 없다는 것이다.

“갯벌생태계 보전을 담당하는 전문가가 없어 연구를 하지 못할뿐더러 이전의 연구가 정부가 공식적으로 진행한 것이 아니라 개인이 진행한 것이기 때문에 정확한 자료와 정보가 없습니다. 앞으로 동검도 등과 같이 갯벌생태계 보전을 위한 전문적인 연구가 진행되길 바랍니다.”

앞으로 그는 동검도 생태계를 회복시켜 갯벌의 가치를 발굴하고, 주민과 정부의 의견 차이를 줄여 강화도 남쪽을 습지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했다.

“어른들이 살면서 환경을 너무나 많이 훼손시켰습니다. 생태계 보전 활동을 꾸준히 해 후손들에게 지금보다 좋은 환경을 남겨주고 싶습니다.”

/현윤진 안남고등학교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