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 폭력 피해자, 트라우마로 일상불가
가해자 징역 4년 … “강력한 처벌해야” 호소

“이전의 제 생활을 되찾고 싶어요. 하루하루가 정말 죽고 싶을 정도로 괴롭습니다.”

부천시에서 거주하는 한 여성의 시간이 2년 전에 멈췄다. '데이트폭력'의 고통 때문이다. 지난 기억을 지우고 싶은 그이지만, 최근 더 이상의 피해를 막겠다며 실상을 고발하고 나섰다.

A(30·여)씨는 2018년 9월 채팅앱을 통해 B(28)씨를 만났다. B씨의 다정다감한 말투, 조심스러운 행동이 호감이었다. A씨는 B씨와 금세 연인관계로 발전했다. 하지만 그와 행복했던 시간은 불과 일주일. B씨는 10월부터 A씨에게 폭력적인 성향을 서서히 드러냈다. A씨는 처음에 B씨가 연락 등 집착이 다소 강한 정도로만 느꼈다. 좋아하는 감정 표현에서 비롯된 것으로, 단순 성향이 그런 줄로만 안 것이다. 하지만 의견 대립이 있을 때마다 B씨는 소리를 지르거나 머리를 때렸다.

A씨가 “내가 폭력을 당했구나”며 정신이 번쩍 들었을 때는 이미 집에서 감금당하며 맞고 있었던 시기였다. B씨의 폭행은 밤낮 구분 없었다. 10월8일 새벽 1시쯤 A씨는 강아지 털을 말리던 B씨에게 드라이기 방향이 잘못됐다고 말하자, 손바닥으로 얼굴을 맞았다.

같은 달 12일 새벽 1시30분쯤 A씨는 '졸리다'는 말 한마디에 얼굴과 온몸을 주먹으로 맞아야 했다. 이때 A씨는 화장실 벽에 머리를 부딪쳐 구토 증상을 보였다. 그러나 B씨는 엄살을 부린다는 이유로 흉기를 A씨의 목에 들이댔다.

A씨는 이 같은 고통스러운 생활이 계속되자 헤어지기로 맘먹었다. 하지만 헤어지자는 말에 B씨는 A씨의 옷을 벗긴 뒤 “평생 사회생활을 못 하게 해주겠다”며 성행위를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2018년 11월7일 A씨는 간신히 B씨 몰래 집을 빠져나와 경찰에 신고했다. 이에 B씨는 특수협박, 상습상해, 유사강간, 강간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B씨는 현재 총 4년여의 징역형을 받았다.

A씨는 복강내출혈로 수술을 한 뒤 현재까지 정기적으로 염증 치료와 심리 치료를 할 정도로 피해를 치유하지 못했지만, 이달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리는 등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A씨는 “생계비를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지만, 트라우마로 모든 일상생활이 불가하다. 가해자는 지금까지도 보복하겠다며 계속 협박하고 있다”면서 “더는 제2, 제3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데이트폭력이 일반 폭력과는 달리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한편,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 데이트 폭력으로 7751건이 신고됐다. 지난 2018년 6824건, 2017년 4747건으로 2년 사이 1.6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순 신고 건수만 늘었을 뿐 실제 데이트 폭력은 이보다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남녀는 분명 특수한 관계이기에 연인관계에서 벌어지는 데이트 폭력은 일반 폭력과 분명 달리 봐야 한다”면서 “이와 함께 사건을 원천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법 제정과 인성 교육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인규 기자 choiinkou@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