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트라우마센터' 건립이 겉돌고 있다. 코로나19•성범죄 등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지만 기획재정부의 '경제성 논리'에 의해 계속 좌초되고 있다. 트라우마센터 건립은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각종 재난•재해로 트라우마를 겪는 피해자를 돕기 위해 필요성이 제기됐다.

정부는 학생들이 대거 희생된 안산시에 트라우마센터 건립을 추진했지만 기재부가 반대하고 나섰다. 세월호 참사 직후 설립된 '온마음센터(안산 소재)'가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하지만 온마음센터는 세월호 유가족 트라우마 치유를 위해 임시로 만들어진 시설에 불과하다.

세월호 트라우마로 인한 후유증은 심각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지병으로 숨진 유가족이 13명에 달한다. 의료계는 지병도 트라우마와 연관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세월호 피해자 건강실태 조사'에서 유가족 239명 중 84.8%가 수면장애와 두통 등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월호 생존자 66명 중 66.7%는 신체에 이상을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 세월호 6주기에 “국립안산마음건강센터(트라우마센터 가칭) 건립을 차질없이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7월 트라우마센터 용지매입비 76억원을 포함해 122억원(전체 사업비 439억원)을 편성해 줄 것을 기재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기재부는 예산을 24억원으로 대폭 삭감하고, '국립' 명칭을 제외할 것을 요구했다. 사실상 센터 건립을 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세월호 참사는 차치하더라도, 코로나 감염증으로 인해 '코로나 블루(우울증)'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따라서 환자들을 국가 차원에서 치유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당연지사인데 기재부가 발목을 잡는 것은 유감이다.

기재부는 관계부처가 요구한 사업비를 없애거나 줄이는 행위를 되풀이해 왔다. 물론 전체적인 국가재정을 고려해야 하는 기관으로서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사업의 경중을 가릴 필요가 있다. 트라우마는 우습게 볼 질환이 아니다. 이를 방치하면 개인뿐 아니라 사회도 멍들게 된다. 복지부와 기재부는 센터 건립 예산을 되살리는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