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순의 출소 3개월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쏟아지는 ‘흉악범 사회격리법’을 놓고 뒷북 논란이 나오고 있다.

조가 범죄를 저지른 이후부터 출소하기까지 12년이라는 시간 동안 허송세월하다가 지금에 와서 갑작스럽게 법안을 발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은 통과 여부를 넘어 조에게 적용될지 미지수이고, 경찰과 지자체도 조의 혹시 모를 2차 범죄를 막을 수단조차 사실상 없는 상태여서 아쉬움이 남는다.

17일 안산시와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국회 등에 따르면 조두순이 12월 13일 출소 이후 거주지인 안산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사회가 불안에 떨고 있다.

안산시청은 물론 청와대 국민청원에 조를 격리할 방안을 마련해달라는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윤화섭 안산시장이 직접 나서 “조두순은 미성년자에게 성적 욕구를 느끼는 소아성 평가에서 불안정한 평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하기까지 했다.

주민 불안을 줄일 방법으로 공원 등지에 CCTV 200대 추가 설치하고, 18일 법무부와 경찰청과 함께 조의 재범방지 대책까지 마련하기로 한 상황이다.

문제는 이처럼 감시체계를 강화해도 현실적으로 조를 강하게 제재할 방법이 없다. 조를 감시할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전자발찌를 통해 이동 경로를 확인하는 것과 경찰이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전부다.

이런 이유로 경찰에서도 안타까움을 내비치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 “조두순 출소는 남부청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큰 사건이지만 사실상 막을 방법이 크게 없다”고 토로했다.

조를 막을 유일한 수단은 국회나 정부가 법을 입법하는 방법이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주민 불안과 피해 등을 우려하면서 ‘조두순법’, '조두순 방지법', ‘조두순 격리법’ 등의 명칭으로 각종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가해자가 피해 아동에 접근할 수 있는 거리를 현행 100m에서 500m로 늘리는 내용’과 ‘아동성범죄자 종신형 처벌’ 등의 내용이다. 또 ‘전자발찌 대상자가 주거지역에서 200m 이상 이탈 금지’와 ‘사회격리를 위한 보호시설 격리’ 등의 법안도 있다.

이 중 현실성, 시급성 등의 측면에서 관심받는 법안은 ‘보호수용법’이다. 제정되면 조두순과 같은 흉악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를 출소 이후에도 일정 기간(1년 이상 10년 이하) 동안 일정 시설에 격리할 수 있다.

이 법은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월16일 대표 발의했다. 조두순이 출소하기 전까지 법 심사를 끝내고, 입법될지도 가늠하기 어렵다. 현재 위원회 심사조차 거치지 못한 상황이어서 이 기간을 놓치면 영영 조두순을 감시할 기회를 놓치는 셈이다.

안타까운 점은 이런 내용의 법을 만들 기회는 무려 12년이나 있었다. 2008년 조두순이 구속된 이후 12년간 2015년(정부), 2018년(윤상직 전 국회의원) 등 단 두 차례만 발의됐다. 내용도 현재 김 의원의 보호수용법과 대부분 동일하다.

당시 법안 검토 당시 “최근 범죄의 증가·흉포화 추세 등으로 인하여 국민의 생명ㆍ신체 등에 대한 위험이 커지고 있어 국민의 생명·신체를 두텁게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본회의 상정조차 못 하고 폐기됐다. 지난해에만 경기지역에서 조두순처럼 13세 미만 아동을 성폭행, 추행하는 사건은 250건 발생했으나 2년 동안 발의조차 되지 않았다.

안산시민 유모(45)씨는 “주민들은 과거부터 조두순 출소를 걱정했는데, 그동안 법을 발의조차 하지 않다가 이제 와서 하는지 모르겠다”며 “지금이라도 법안을 내 다행이지만,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