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현만 인천서부소방서장

더웠던 여름이 어느 정도 누그러지고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기운을 주는 가을이 왔다. 이제 조금만 지나면 추석을 지내고 겨울이 다가온다. 그러면 겨울 스포츠인 빙상경기도 열릴 것이다. 또 아이들에게 겨울 추억을 남겨주기 위해 부모들은 얼음 낚시 채비를 하여 강원도 등으로 나설 것이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우리는 이런 일상을 꿈꿔 왔다.

서울 광화문 네거리의 교보생명 광화문글판 30년 기념편에는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풍경’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이 글판은 1980년대 포크밴드 ‘시인과 촌장’의 노래 <풍경>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풍경’은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오길 바라는 소망을 담은 곡이다. 모두가 원하는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게 하는 가사가 인상적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평범했던 일상이 얼마나 소중했고 앞으로 지켜야 일들을 상기시켜 주는 글판이라고 생각한다. 평범한 일상을 깨뜨리는 일이 어디 코로나19 뿐일까. 각종 안전사고와 더불어 화재도 그 역할을 맡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화재 시 인명피해의 가장 큰 요인은 연소물의 결과인 연기인데, 인간의 본능 중에는 ‘좌회본능’이 있다. 사람의 신체는 대부분 오른손이나 오른발을 사용하여 발달했으므로 피난 시 ‘T’자형과 같은 형태의 통로를 만났을 때는 주로 오른손이나 오른발을 이용해 왼쪽으로 좌회전 하려는 경향을 말한다. 빙상경기장의 트랙이나 종합운동장의 육상트랙을 자세히 보면 선수들이 모두 왼쪽으로 도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대피 시 먼저 뛰어나가는 사람을 따라가는 ‘추종본능’, 화재 시 피난을 위하여 자신이 들어온 길 또는 평상시 사용하던 통로로 탈출하려는 ‘귀소본능’, 뜨거운 열이나 화재를 감지하면 반사적으로 화재가 난 곳으로부터 멀리 피난하려는 ‘퇴피본능’, 주위가 연기 등으로 어두워지면 빛이 있는 밝은 곳으로 피난하려는 ‘지광본능’ 등이 있다. 이같은 행동 본능을 이용해 각종 피난대책은 Fool Proof 원칙을 적용하여 피난경로는 간단명료하게 해주어야 화재 시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추석은 그 어느 때보다도 조심스러운 명절로 많은 사람들이 집 등 실내에서 머무를 시간이 길어진 만큼 코로나19와 더불어 가족 안전을 챙겨야 한다. 어느 보험회사의 “갔다 올게”라는 광고 카피처럼 아침에 출근했던 그 길로 퇴근할 수 있는 근로자를 만들어 주겠다는 사업주의 안전의식이 절실이 필요할 때이다. 영화 곡성의 명 대사 중 “뭣이 중헌디”라는 대사처럼 우리는 그동안 인식하지 못했던 평범한 일상이 소중했음을 코로나19로 깨우치게 된다. 이번 추석에는 가슴 아픈 일들이 없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