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규명위원회 재조사로 확인
인천청, 결과 수용 순직자 인정
자체조사 번복 조직내 오점 남겨

10년째 병원 안치 피해자 시신
현충원 안치·유공자 등록 가능
▲의경. /인천일보DB

10년 전 인천 경찰서에서 투신해 세상을 떠난 의경이 부대 내 가혹행위를 견디다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인천경찰청이 최근 이런 사실을 인정하고 의경을 순직 처리하면서 10년째 길병원에 안치된 그의 시신도 국립현충원에 안장될 것으로 보인다.

<인천일보 2010년 5월6일·2020년 1월14일자 19면>

인천경찰청은 이달 초 의무경찰 전공사상심사위원회를 열고 허모 의경을 순직 처리했다고 15일 밝혔다. 허 의경이 목숨을 끊은 지 10년 만이다.

그는 2010년 5월5일 남동경찰서 청사에서 뛰어내리며 20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당시 경찰은 정확한 투신 이유를 확인하기 위해 자체 조사를 벌였고 복무 부적응 등으로 우울증이 심화돼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봤다. 일각에서 제기된 가혹행위를 당했을 가능성에 대해선 “부대 내 가혹행위가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최근 대통령 소속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가 이 사건을 전면 재조사했고 그 결과 허 의경이 가혹행위를 당한 사실이 확인됐다.

허 의경과 함께 복무했던 의경들은 진상규명위원회 조사에서 허 의경이 숨지기 하루 전날까지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경찰병원에서 정신과 진료도 받았다. 사고 당일에는 홀로 불침번 근무를 서고 있었다.

인천경찰청은 진상규명위 조사 결과를 받아들이고 허 의경을 순직자로 인정했다.

당초 의경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 순직으로 처리될 수 없지만, 지난해 말 의무경찰 관리규칙의 순직 인정 범위에 '공무상 인과 관계가 있는 정신질환이 발현돼 사망하는 경우'가 포함된 것도 순직 인정의 주요 근거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10년 넘게 길병원 안치실에 있는 허 의경 시신도 국립현충원에 안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의 부모는 허 의경이 숨졌을 당시 “아들 죽음에 의혹이 많다”며 장례를 거부하고 지금까지 시신을 넘겨받지 않고 있다.

다만 허 의경 사망 직후 이뤄진 경찰 자체 조사에서 가혹행위를 확인하지 못한 부분은 경찰 조직에 '커다란 오점'으로 남게 됐다. 세간의 비판이 두려워 진실을 은폐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인천경찰청 관계자는 “지난달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에서 허 의경의 순직 여부를 다시 심사해 달라는 요청이 왔고 이달 초 내부 심사를 거쳐 순직 처리했다”며 “허 의경 유족이 국가유공자 등록과 현충원 안장을 신청하게 되면 적극적으로 도움을 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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