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 소비 욕구 못 따라가
서구·중구 등 나와야 해결
2018년 역외소비율 66.1%
대형 건설사 재개발 미루며
주택 노후화로 악순환 심화
▲ 인천의 대표적 원도심인 인천 동구의 인구 감소가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인천 동구 송림동 전경. /이상훈 기자 photohecho@incheonilbo.com

 

한 도시의 종말은 대개 인구 소멸에서 온다. 이대로라면 인천 동구에겐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난 20~30년 동구 역사를 짧게 정리한다면 '끊임없는 인구 추락'이다. 지난 1992년 11만4937명에 이르던 동구 인구수는 1996년 10만명 아래로 내려가다가 지난해 6만4427명까지 곤두박질했다. 특히 2010년대 접어들면서 낙폭이 크다. 이 속도라면 몇 년 안에 5만명대 밑으로 접어든다. '동구 엑소더스'(대탈출)다. 20∼40대 인구 이탈이 동구 인구 감소에서 가장 큰 원인이다. 지금이라도 변화하지 않으면 존재 자체를 위협받게 될 거라는 충언이다. 기획을 통해 시민들이 동구를 떠나는 속내를 들여다보고, 떠난 인구들이 어디로 향했는지 추적한다. ▶관련기사 3면

유럽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인접한 나라가 많으면 많을수록 국가 간 교류는 필수 사항이다. 인적, 물적 자원이 오고 가는 속에서 국가들은 서로 상생하며 성장한다. 자체단체 역시 마찬가진데, 인천 동구는 중구와 미추홀구, 서구와 살을 맞대고 있으면서도 이웃 지역과 상생보다는 스스로 생활하지 못하고 기대는 '기생'(寄生) 느낌이 짙다. 동구에 전통시장과 값싸고 맛있는 노포들은 즐비해도 교육과 문화, 보건, 일자리, 육아까지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인프라가 눈에 띄게 부족하다.

동구가 경제적 자생력과 거리가 멀다는 부분을 확인하려면 육아와 교육, 문화, 일자리 등 각종 문제를 관통하는 30~40대 소비 형태를 들여다보면 쉽다. 동구 송림동에 사는 주부 이민주(45)씨 주 활동 무대가 청라국제도시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민주씨는 자녀 초등학교 입학 때부터 사교육은 청라국제도시 학원가에서 해결하고 있고 주변 학부모들과 모임도 주로 청라국제도시에서 진행한다.

“동네 사정 모르면 유난스러운 엄마들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몰라도 집 주변에 이렇다 할 학원가도 없고 젊은 엄마들이 갈만한 유명 카페, 식당도 없다. 요즘 유행하는 '스세권'(스타벅스 상권), '맥세권'(맥도날드 상권), '몰세권'(대형쇼핑몰 상권)에 해당하는 아파트가 동구에는 존재하지 않을 지경이다. 차로 몇 분만 나가면 근처 서구나 중구에 좋은 학원과 이쁜 상가들이 많다. 영화는 미추홀구 대형 멀티 플렉스에서 본다”고 민주씨는 설명한다.

인천시 자료를 보면 2018년 기준 동구에 등록된 학원 수는 47곳으로 강화군(49곳)보다도 숫자가 적다. 바로 옆 서구에는 10곳이나 있는 대형상점가도 동구엔 이마트트레이더스 하나뿐이다. 이마저도 지역 주거 단지에서 벗어나 서구와 미추홀구 접경과 가깝다. 인천 내 다른 지역에서 돈을 쓰는 동구 역외소비율이 매년 인천 10개 군구 가운데 최고치를 유지하는 이유다.

지난해 인천연구원이 발표한 '신용카드 중심의 인천 역외소비 실태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동구 역외소비율은 66.09%다. 다른 자치단체에선 적으면 20%대, 많아야 50%대 수준이다. 동구 역외소비에서 중구 비율이 20.64%로 첫 번째고 미추홀구 15.9%, 서구 11.86% 순이다. 반대로 중구 주민들 전체 역외소비 41.01%에서 동구 소비는 4.17%, 미추홀구 역외소비 51.54%에서 동구 소비는 3.11%, 서구 역외소비 34.57%에서 동구 소비는 3.08%로 존재감이 미미하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동구지회 관계자는 “동구는 접경 자치단체인 중구, 미추홀구, 서구와 물적, 인적 교류를 한다기보다, 일방적인 아웃풋만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그나마 베드타운 성격이라도 담당하고 있으면 어느 정도 인구를 잡아뒀을 거다. 하지만 대형 건설사들은 거듭된 동구 가치 하락에 재개발·재건축을 미루면서 주택 노후화까지 심해졌고 기존 동구 주민들은 더 나은 생활 환경을 찾기 위해 떠나고 있다. 여기에 대한 해결책을 아무도 내놓지 못하니 인구 절감을 막을 길이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이주영·김원진·이창욱·이아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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