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기혼여성들이 가입하는 인터넷 카페 '맘카페'와 모바일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은 지역에 집중하면서 성공할 수 있었다. 맘카페에서 회원들은 교육이나 병원, 맛집 정보를 주고받으며 세를 확대했고, 당근마켓은 같은 동네 주민이 쓰던 물건이라 믿고 거래할 수 있다는 안정감에 요즘 인기를 얻고 있다. 인천 동구 인구 감소를 다루는 기획에서 갑자기 맘카페, 당근마켓 얘기냐 할 수 있겠지만 동구 내 맘카페와 당근마켓 위상에 비춰, 도시 역동성을 엿볼 수 있다.
▲오래된 아파트에 나이 든 사람들만 남아
한 유명 포털에서 동구 지역 맘카페를 검색하면 회원 수가 가장 많은 곳이 2000명대 남짓이다. 보통 인천 신도시 지역 맘카페들에선 회원 수가 몇만명은 기본이다. 동 단위로 중고거래를 주선하는 당근마켓에선 동네마다 분 단위로 게시글이 올라오는 반면, 동구지역에선 하루 몇 건 되지 않는다. 맘카페와 당근마켓에서 동구 존재감이 낮은 이유는 주 타깃층인 20~40대 인구 자체가 얼마 없기도 하고 해당 세대의 요구 상권 등이 부족해 지역에 대한 충성도가 낮기 때문이다. 맘카페나 당근마켓과 같이 요새 온라인 커뮤니티 핵심은 젊은 주거 단지·상권인데, 동구에선 주택 단지 노후화도 심각하고 노년층 거주 비율도 높다.
실제 사례를 들자면, 동구 송현동 A 아파트에선 1층부터 3층까지 연달아 6곳 가구에 노인 부부들만 모여 살고 있다. 각자 A 아파트로 이사 온 지 20년이 넘은 이들이다. 자식들은 이 집에서 키워 타지역으로 출가시켰다.
A 아파트 주민 박민섭(68)씨는 “처음 올 때만 해도, 다들 젊었으니 자식들 키우면서 아파트 단지에 애들 목소리가 가득했다. 이웃끼리 같이 학교 다니고, 학원 다니면서 그렇게 자랐다. 이젠 자식들 취직하고 결혼해서 다 다른 동네로 갔다”며 “내 딸들도 송도국제도시랑 서울에서 살고 있다. 부인이 송도까지 손주들을 봐주느라 왔다 갔다 고생한다. 그래도 딸내외는 동구엔 마땅한 집이 없다며 오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동구 아파트 절반은 2000년대 이전. “새 아파트도 반응 시들”
한국감정원이 운영하는 부동산테크 자료를 보면 인천 동구에선 2010년 사용 승인이 난 아파트 2곳이 가장 최근 물량이다. 동구 내 아파트 공급이 2010년 이후 10년 동안 끊겼다는 의미다. 지역 전체 24곳 아파트 단지 중 절반 치인 12곳 단지가 1970~1990년대에 공급됐다. 2000년 이후 아파트들도 대부분 2002~2003년 사이 입주를 시작해 준공 20년에 가까운 물량들이다.
동구 송림동 B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부모에게 자식 맡기려고 곁에 온 부부들도 애들 학교 들어 갈쯤이면 대출 껴서라도 신도시로 가려고 한다. 가족 행사 외식도 동구에선 마땅치 않다고 송도나 청라로 가는 마당에 교육열 찾아 무리해서라도 신축 아파트 찾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인천 다른 원도심처럼 동구에서도 10여년 전부터 재개발·재건축 움직임이 계속됐어도 성과를 낸 경우는 몇 개 안 된다. 동구에선 '사업성'이 낮다는 업계 평가에 건설사들 적극성이 높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역시 한 예로, 올해 말 송림동에서 10년 만에 동구지역 새 아파트가 입주를 시작하는데 분양권 '피'(프리미엄)가 1000만원 수준이다. 부평이나 미추홀, 계양구 등에선 분양권에 피가 수억원씩 붙는 것과 비교하면 같은 인천 원도심이라도 흥행 차이가 하늘과 땅이다.
▲조정대상 동구. 도시 재개발·재건축 빨간불
최훈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동구지회장은 “워낙 도시 기반 시설이 약하니 부동산이 저평가돼 있어 주변 원도심과 비슷한 땅값 주고 들어와 아파트 세워도 높은 분양가를 기대할 수 없는 구조”라며 “정부와 인천시가 이를 인지하고 사회간접자본을 투입해 생산활동과 소비활동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해야 할 상황에서 오히려 동구는 이번 연도 아파트값에 큰 변화가 없었는데도 인천으로 묶여 부동산 조정대상지역에 포함됐다. 산적한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브레이크가 걸린 셈”이라고 주장했다.
동구 설명에 따르면 현재 지역 내 재개발 관련 9개 구역, 재건축 관련해선 1개 구역이 사업 논의를 진행 중이다. 여기서 건물을 올리는 등 공사에 들어간 곳은 3곳뿐이다.
동구 관계자는 “재건축 구역인 송현1·2차아파트는 그동안 지지부진하다가 얼마 전 시공사를 선정하면서 기지개를 켜고 있다”면서도 “다른 구역들은 사업성이 떨어지다 보니 시공사 선정 등이 늦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주영·김원진·이창욱·이아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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