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 트라우마 시달려
문 대통령, 6주기에 건립 약속

기재부, 예산 24억으로 줄이며
'국립' 명칭 제외도 요구

보건부 “계획대로 건립 최선”
▲ 정부가 4·16세월호참사특별법에 따라 추진 중인 '국립 안산마음건강센터' 건립 예산을 대폭 축소해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 피해자 등 가족의 정신건강 지원과 재난 발생 피해자들을 돕기 위한 안산마음건강센터는 지난 7월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 747번지 일대에 2023년까지 건립하기로 의결했다. 사진은 초지동 안산마음건강센터 부지.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과 재난 피해자들을 위한 '국립 트라우마 센터' 건립 계획이 기획재정부의 '경제성 논리'에 또다시 좌초됐다. 두 번째다. <인천일보 1월1·2일자 19면, 1월5·30일자 1면 등>

▶관련기사 3면

최근 감염병·성범죄 등 트라우마 문제가 사회적으로 대두하는 추세인 데다, 대통령까지 직접 쏘아 올렸던 사안이지만 기재부를 만나면 와르르 무너졌다.

15일 보건복지부와 안산시에 따르면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각종 재난·재해로 트라우마 겪는 피해자를 돕기 위한 '트라우마 치유'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트라우마는 정신적 피해, 즉 '보이지 않는 병'이라는 이유로 치료 지원이 소홀했던 분야 중 하나다. 당시 국내에 이를 다루는 시설도 전무했다.

정부도 곧장 안산시에 '국립트라우마센터 건립'을 추진했다. 피해자들의 심리 회복부터 신체 치유까지 트라우마와 관련된 일이라면 누구든지 방문할 수 있는 곳으로 계획했다.

국가가 약속했기에 순조로울 것 같은 사업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백지화됐다.

안건을 접수한 기재부가 경제성을 내밀며 이 사업을 반대한 것. 기재부는 세월호 참사 직후 운영된 '온마음센터(안산 소재)'가 있어 추가 설립은 타당성이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온마음센터는 2014년 유가족 트라우마 지원을 위해 문을 연 임시로 만들어진 기관으로, 접근성 및 치료 연계성 부족을 늘 과제로 안고 있다.

그러나 기재부 반대 이후 국립트라우마센터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고, 트라우마로 인한 것으로 추정되는 피해가 속출했다.

지난해 경찰, 유가족 등의 조사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지병으로 번져 숨진 유가족이 13명에 달했다. 학계는 지병도 트라우마와 연관성이 큰 것으로 해석했다.

실제로 2017년 도내 한 정신건강센터가 실시한 '세월호 피해자 건강실태 조사'에서 유가족 239명 중 84.8%가 원인 모를 수면 장애와 두통 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36.3%는 심각의 정도를 봤을 때, 가장 높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생존자 66명 중 66.7%의 신체에는 이상이 있는 것으로 나왔다.

언론보도로 상황이 알려지자, 국무조정실 관계자들이 올해 2월 국립트라우마센터와 관련한 긴급대책에 착수하며 재차 힘을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4월 세월호 6주기 메시지를 통해 “아이들과 약속한 '안전한 나라'를 되새긴다”며 “국립안산마음건강센터(트라우마센터 가칭) 건립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센터 건립을 담당하는 기관인 보건복지부는 올해 7월 센터 용지매입비 1차분 76억원을 포함해 모두 122억여원을 편성해 줄 것을 기재부에 요청했다.

하지만 기재부가 또 발목 잡았다. 센터 기능이 트라우마로 인한 후유증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면서 진료 과목을 축소하는 등 예산을 대거 삭감했다. '국립' 명칭 제외도 요구했다.

삭감 예산은 보건복지부가 요구한 예산 122억원을 기준으로 19.7%에 그치는 24억원이다.

현재 예산안이 확정 단계를 앞두고 있고, 정부에서 해당 센터 말고 안산에 추가로 건립할 계획이 없는 상태여서 사실상 기존의 큰 그림은 지워진 셈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예산이 삭감돼 안타깝다. 국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예산이 통과되기 전까지 기존 계획대로 센터가 건립될 수 있게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밝혔다.

한편 학계에서도 대형참사는 물론, 메르스·코로나19등 감염병 등 재난이 잇따르는 시점에서 국가 차원의 트라우마 치료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여왔다.

/김현우·이경훈·최인규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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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 트라우마센터 또 발목] 6년간 우여곡절 …결국 반쪽짜리? 최근 기획재정부가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사실상 당초 목표했던 기능도 작아진 '국립 트라우마센터' 건립은 추진 과정에서 수차례 우여곡절을 겪었다. 재난 피해자 트라우마 치료가 사회적 과제로 떠오른 반면, 세월호 참사 이후 6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추진과 백지화가 반복됐다.15일 안산시 등에 따르면 올해 보건복지부는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로 정신건강과 신체건강 등 트라우마 관련 치료 기능을 갖춘 센터를 안산에 짓기로 했다.정부가 2014년 첫 추진에 나섰으나 이듬해 기재부의 반대로 접었고, 이후 5년 만에 학 '국립트라우마센터' 솟아날 구멍 찾는 중 80%가 넘는 예산 삭감으로 위기에 놓였던 4·16 세월호 참사 관련 '국립트라우마센터'가 재차 살아나고 있다. 국회 주도로 기존 예산으로 되돌리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어서다. <인천일보 9월15·16일자 1면 등>23일 정치권, 안산시 등에 따르면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안산지역에 건립 예정인 국립트라우마센터(가칭 마음건강센터)의 예산증액 방안을 수립하고 논의 중이다.증액 규모는 앞서 삭감된 예산(건축비)인 106억여원이다. 지난 9월 기획재정부는 보건복지부가 편성해서 넘긴 요청 예산액 용지매입비 76억원 등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