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현동 인하대 후문 피해 심각
미추홀구, 암나무 벌목 검토 중
환경단체 “멸종위기종 … 보호를”

인천 미추홀구가 해마다 가을철이면 은행나무 열매 악취로 불편을 호소하는 주민들을 위해 은행나무 벌목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인천지역 환경단체는 멸종위기종인 은행나무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이식 등의 방법을 활용해 나무를 살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구는 용현동 인하대 후문에 위치한 은행나무 암나무를 베고, 수종을 교체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15일 밝혔다. 구는 은행나무 열매 악취와 보행 불편 민원이 해마다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은행나무 악취는 동물과 곤충으로부터 씨앗을 보호하기 위한 빌로볼(bilobol)이라는 독성물질과 은행산(ginkgoic acid)으로 인해 발생하고, 주로 과육에 함유돼 있다. 열매를 맺는 것은 암나무로 암나무에서 땅으로 떨어진 열매가 터지거나 보행자에 의해 짓이겨지면 악취가 발생한다.

여러 지역 가운데 특히 인하대 후문 인근 지역은 다른 곳보다 암나무의 비율이 높아 악취 피해가 더 심각하다. 인하대 후문에는 총 255그루의 은행나무가 있고, 이 중 145그루가 암나무다.

이미 구는 은행나무로 인한 주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열매를 이른 시기에 수거하거나 냄새가 유발되는 열매가 많이 달리지 않도록 가지치기를 해왔다. 이 같은 조치에도 해마다 악취가 반복되면서 구는 암나무를 베어 없애고, 그 자리에 병해충에 강하고 꽃이 오래 피는 이팝나무 등을 이식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단체는 은행나무는 멸종위기종으로 이식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스로 번식 자생하는 야생군락지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 은행나무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멸종위기종 목록으로 이름을 올렸다. 인천녹색연합 관계자는 “악취 민원과 쾌적한 경관 조성도 중요하지만 무조건적인 벌목이 대안이 될 수 없다”며 “가능하면 이식 등의 방법을 찾아 나무를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 불가피하게 벌목을 해야 한다면 다수의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구 관계자는 “은행나무 이식을 검토했지만 원도심인 미추홀구엔 심을 공간이 없는 상태”라며 “타 지자체를 대상으로 암나무를 가져갈 만한 곳이 있나 수요조사를 했지만 원하는 곳이 없다 보니 현재로썬 벌목밖에 방안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