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미 대화 재개 촉구엔 반응 보이지 않아

ARF서 이례적 지역정세 언급

 

▲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020년 9월 12일 화상으로 개최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은 화상회의 화면으로 강 장관 오른쪽에 북한 대표로 참석한 안광일 주인도네시아 북한대사 겸 주아세안 대표부 대사가 보인다. [외교부 제공]

북한이 지난 12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서 과거와 달리 이례적으로 홍콩과 남중국해 등 지역 정세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으로 15일 알려졌다.

ARF는 북한이 참여하는 유일한 다자안보협의체로 북한은 이번 회의에서 한반도 정세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12일 화상으로 진행된 ARF 외교장관회의에 북한에서는 안광일 주인도네시아 대사 겸 주아세안 대표부 대사가 참석했다. 북한 외무상은 2년 연속 불참했다.

안 대사는 올해 회의 의제에 맞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한 북한의 노력과 성과를 주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와 태풍, 수해(水害)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력으로 잘 대처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북한에 코로나19 확진자가 한 명도 없다고도 했다고 한다.

미국과 중국이 갈등을 빚은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서는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문제에 대해서는 중국의 국내 문제라고 했다. 북한은 홍콩에 대한 미국 등의 개입이 내정간섭이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안 대사는 한반도 정세와 관련 한국이나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발언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남북미 대화 재개 필요성을 강조하고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도 언제든지 협상을 재개할 준비가 있다고 했지만, 안 대사는 준비된 발언만 한 것으로 전해졌다.

긍정적인 반응은 아니지만, 과거 회의에서 북한이 미국의 적대시 정책을 비난하거나 핵무기 개발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해온 것과 대비된다.

한편, 작년 ARF와 달리 의장국 주재 북한대사가 아닌 주아세안 대표부 대사를 겸임하는 안 대사가 참석한 것을 두고 북한이 아세안과 관계 강화에 신경 쓰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당초 올해 의장국인 베트남의 응우옌 꾸옥 중 외교부 차관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주베트남 북한대사관 대표가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태국 방콕에서 열린 작년 ARF에는 김제봉 주태국 대사가 참석했지만 발언하지 않았다.

안 대사는 사전에 발언 신청을 했으며, 통역을 사용하지 않고 영어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곽승신 기자 kiss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