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명 비밀투표'방식 무색하게
경기도 기초의회 대부분 해마다
담합투표·거래 등 부정행위 논란
법원 결정 '지켜야 할 선' 생긴 셈
▲안양시의회 전경. /인천일보DB

 

안양시의회 의장 선출 과정에서 불거진 '담합 투표'와 관련, 법원이 의결 결과를 정지하는 명령을 내리면서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인천일보 7월20일자 8면>

매년 경기도내 대부분 기초의회가 비밀리에 부치는 의장 선출 중 부정행위 논란 등으로 몸살을 앓는 상황에서 일종의 '지켜야 할 선'이 제시된 셈이다.

14일 수원지법 제2행정부(서형주 부장판사)는 안양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이 제기한 의장 및 각 상임위원장에 대한 선임 의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법원은 본안사건 판결 선고일로부터 20일까지 직무를 이행하지 말 것을 명령했다. 사실상 의장 자격이 임시로 멈춰버린 것이다.

앞서 안양시의회 의장단 선출 이후 안양지역 시민사회단체는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목소리를 내왔다.

안양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연대회의)는 “이번 투표는 지방자치법 제48조 1항의 '시·군 및 자치구 의장과 부의장 각 1명을 무기명투표로 선출해야 한다'는 조항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따라서 의장 선출은 무효이며, 민주당의 해명이나 사과가 없으면 고발 등 법적 조처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연대회의 관계자들은 안양시의회를 항의 방문하고 정 의장 사퇴와 더불어민주당이 책임지고 의회를 정상화할 것을 요구했다.

현재 지방의회 의장 선출은 지방자치법 등에 따라 교황선출처럼 이뤄진다. 후보를 등록하지 않고 전체 의원 중 무기명 비밀투표로 의장을 뽑는 방식이다. 과반 득표자가 대상이다.

그러나 다수당이 의원총회에서 특정 후보를 내정한 뒤, 형식적인 투표를 거치는 일이 벌어지면서 적절성에 대한 시비가 계속 뒤따랐다.

이번에 문제가 된 안양시의회(민주당 13명, 당시 미래통합당 8명)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지난 7월 소속 의원들에게 투표용지에 후보자 이름을 쓰는 위치를 개별적으로 지정했다.

민주당이 지명한 정맹숙 후보는 전체 시의원 중 12명의 지지를 얻어 의장에 선출됐다.

포천시의회 같은 경우 의장단 선거를 앞두고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통합당 의원과 만나 의장단 거래를 시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광명과 동두천시의회에서는 차기 의장 내정이란 의원총회 결과에 불만족한 시의원들이 통합당과 무소속 등 야당 의원과 뜻을 모아 선거판을 뒤집는 일도 있었다.

오산시의회 통합당 소속의원들은 의장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소속의원들이 '밀실 협약'을 통해 의장단 연임을 결정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본보가 도내 31개 기초의회에 확인한 결과, 절반에 가까운 15곳에서 후반기 의장단 구성 과정 중 이처럼 크고 작은 잡음이 있었다.

안양시의회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 8명은 “특정인을 선출할 목적으로 사전에 투표용지에 직접 이름을 쓰도록 하는 투표방식을 악용해 소속의원들에게 '좌측 상단', '우측 하단' 등의 위치를 사전에 지정해 줬다”며 의장 및 상임위원장 선임 의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당선무효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재판부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의원들이 사전에 의장 투표용지 기명란 중 특정 부분을 구분해 선거에 영향을 준 사실이 소명된다”며 “이로 인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복한·김현우·임태환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