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참으로 문란하다
▲ 새(乙)가 사사로운(_) 발톱(_)으로 발자국(_)을 어지럽게(亂란) 남겼다. / 그림=소헌

 

지난 4월 ‘국경없는 기자회’는 올해 한국의 언론자유순위는 42위라고 발표했다. 이 순위는 2016년 70위에서 상승세를 보이는 것으로서 미국 45위, 일본 66위, 중국 177위에 비하면 그럭저럭 만족할 만한 수준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언론신뢰도에 있다. 세계 주요 40개국을 기준으로 한 조사에서 4년 연속 꼴찌를 면하지 못했다. 부끄러울 따름이다.

한국은 숫자를 세기도 힘들만큼 많은 방송국과 신문사가 있으며, 게다가 누구나 손쉽게 방송채널을 운영할 수 있는 지상낙원이다. 속칭 ‘기레기’라고 하는 대형 언론사들은 ‘받아쓰기’나 하고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짜 맞추는데 급급하며, 극단적인 유튜버들은 아니면 말고 식으로 그저 베끼고 퍼 나르는데 여념이 없다. 자유로운 언론이 변질되어 가짜뉴스가 된다.

간월견폐(看月犬吠) ‘달 보고 따라 짖는 개’라는 4자속담이다. 남 일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공연히 떠들어 대는 사람이나, 대수롭지도 않은 일에 공연히 놀라거나 겁내서 떠들썩한 싱거운 사람을 비유한다. 조선 후기의 풍속화가 김득신은 ‘출문간월도’를 그렸는데 200년 뒤의 세태를 정확하게 표현했다. “개 한 마리가 짖으니 두 번째 개가 따라 짖고 모든 개가 한 마리를 따라 짖네. 아해에게 문 밖에 나가보라 했더니 오동나무 제일 높은 가지에 둥근달이 걸려 있네.”

 

紊 문 [어지럽다 / 무성하다]

 

①글월, 문채, 문장, 서적, 학문, 문화 등으로 쓰는 文(문)은 본래 죄수의 얼굴이나 가슴에 글씨를 새겨 넣으며 형벌을 가한 흔적에서 시작하였다. ②아울러 모기가 문 자국이기도 해서 ‘무늬’라는 뜻도 있다. ③무늬(文)를 꾸밀 때 색실(_사)을 너무 많이 ‘아래로’ 늘어뜨리면 오히려 어지럽다(紊문). ④색실(_)을 옆으로 나란하게 무늬(文)를 꾸며야 알록달록한 무늬(紋문)가 된다.

 

亂 란 [어지럽다 / 난리 나다]

 

①亂(란)의 왼편 글자는 어지럽게 엉킨 실타래를 두 손(_조+又우)으로 푸는 모습에서 왔는데, 글자 그대로 풀어보자. ②_(손톱 조)와 _(사사로울 사)와 _(짐승 발자국 유)와 又(또 우) 그리고 _(새 을)로 이루어졌다. ③큰 날짐승(_)이 집에 들어와서 그 녀석을 잡으려(又) 하니 사사로운(_) 발톱(_)을 드러내며 여기저기에 발자국(_)을 남겼다. _아휴 어지러워라(亂란). 亂(란)을 간략하게 쓰면 _(란)이다.

 

吠 폐 [짖다 / 욕하다]

 

①주둥이(口)를 크게 벌리며 개(犬)가 시끄럽게 짖는(吠폐) 모습이다. ②사악한 임금의 개가 요임금같은 성인을 보고 짖었는데, 옳고 그른 분별없이 자기 주인에게만 무조건 충성하는 어리석음을 비유한다. ③소(牛)가 우는 것은 _(후)며, 사람이 말(云운)로 물어뜯고 짖는 것은 _(후)다.

언론이 참으로 문란紊亂하다. 도덕과 질서나 규칙이 서로 얽혀 어지럽다. 기자들은 정론正을 밝히지 못하고 사주社主에 맹종하며 희생은 커녕 권력자에게 들러붙어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 특히 가짜뉴스는 남을 모함하거나 선동질하는 큰 범죄행위다. 세계는 가짜뉴스에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는데, 벌금 수억원에서 수백억원을 부과하거나 징역 10년 이상 최고 무기형까지 입법하는 나라들이 즐비하다. 영화 ‘내부자들’에서 조국일보 주필이 한 말을 떠올리며 언론개혁을 빌어본다. “어차피 대중들은 개·돼지입니다. 적당히 짖어대다가 알아서 조용해질 겁니다.”

/전성배 한문학자. 민족언어연구원장. <수필처럼 한자> 저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