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사 “운행, 크게 달라진 건 없어”
서울 4호선 열차로 오인 승객 속출
젊은 시절 탄 협궤열차 시절 회상도
▲ 25년 만에 인천과 수원을 잇는 수인선 개통을 하루 앞둔 11일 오후 인천시 중구 인천역에 수원행 수인선 전동차 탑승 방향을 알리는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 12일 오전 5시를 갓 넘긴 시간, 인천역에는 수인선 첫 열차 이용을 안내하는 화면이 떴다. 인천역에서 경기 시흥·안산·화성·수원·용인·성남을 거쳐 서울 왕십리역으로 가는 인천발 수인선 첫차를 운행하는 기관사 이중희(52)씨는 승객이 아무도 타지 않은 열차 곳곳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이 기관사는 “완전 개통으로 수인선 운행에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면서도 “기존 서울도시철도 4호선 차량과 수인선 차량과의 규모 차이 때문에 정차 시 신경 쓰이긴 한다. 시민들이 안전하게 철도를 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첫차에는 철도 안전관리요원도 함께 탑승했다. 경기 안산 한대앞역부터 수원까지 수인선 3단계 19.9㎞ 구간을 처음 운행하는 만큼 혹시 모를 안전사고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다행히 안전사고는 없었으나 서울4호선 차량과 헷갈린 승객들이 속출하는 해프닝은 계속됐다. 인천발 첫차가 경기 화성 야목역에 도달하기 직전 수인선 개통을 안내하는 방송이 나오자 승객들의 웅성거림이 이어졌다. 한 승객이 “이거 금정역 가는 4호선 아니냐?”고 도움을 청하자 다른 승객들이 “내려서 반대편 열차를 타고 돌아가든가, 수원역에서 1호선으로 갈아타라”고 답하기도 했다.

수인선 첫차에는 옛 협궤열차의 추억을 회상하는 승객들의 궁금증 어린 발길도 이어졌다. 수원시민 김도현(65)씨는 옛 직장인 한양대를 오가며 봤던 수인선의 풍경을 풀어놓았다. 김씨는 “새벽 시간 수인선을 타면 시장으로 가는 상인들의 보따리들이 열차 안을 가득 채웠다. 모두들 피곤하니 꾸벅꾸벅 졸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며 “추억 어린 수인선이 완전히 개통한다기에 첫차를 꼭 타보고 싶었는데 창밖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전했다.

수인선은 인천역에선 지하에서 출발하나 송도역을 기점으로 오르락내리락하며 야외 풍경을 일부 볼 수 있다. 이번 개통 구간도 지상철 형태로 만들어져 승객들은 열차 안에서도 해 뜨는 광경을 느낄 수 있다. 이날 수인선 첫차에서 꾸벅꾸벅 졸던 승객들은 창밖에 비치는 햇빛을 보며 잠을 깨우기도 했다.

비 오는 주말인데도 인천역에서 열차를 탄 중구민 최종천(60)씨는 수인선을 타고 수도권 서부권 곳곳의 건설 현장을 찾는다고 말했다. 최씨는 “추석 명절 앞두고 집에서 놀아봤자 뭐하겠나 싶어 '막일'하러 가는 길”이라며 “이제는 수원까지도 바로 갈 수 있다는 소식에 괜스레 반갑다”고 웃어 보였다.

/김은희 기자 haru@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