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100개 국내·국제대회 담당
김연아·곽민정도 그의 얼음서 달려
선수용 빙상장 만드는 게 마지막 꿈

 

코로나19로 인한 휴관에도 하루도 쉬지 않고 빙상장에 나와 열심히 얼음을 손질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국내 최고 빙질관리사로 불리는 과천빙상장의 김동욱(65·사진) 주사다.

그는 1988년까지 자동차 정비사로 일하다가 1990년 육영재단에서 운영하는 서울 능동 빙상장 관리를 거쳐 1995년 과천시설관리공단에 입사해 빙질관리를 해왔다.

과천빙상장이 우리나라 최고의 빙질을 갖춘 빙상장이 되기까지는 그의 숨은 열정과 땀이 경력 30년 세월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피겨스케이팅 세계대회를 석권한 김연아, 아시안게임 여자 싱글 최초 메달리스트인 곽민정, 랭킹 1위 유영, 랭킹 3위 김예림, 쇼트트랙 김동성, 최지훈, 김기훈 선수도 이곳에서 그가 만든 얼음을 지쳤다.

“빙질은 외부의 온도와 습도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관리가 안 되면 얼음이 순식간에 망가져 사용할 수 없습니다. 최소한 하루에 한 번은 정빙을 해줘야 합니다.”

빙상장의 얼음은 한 번에 물을 붓고 얼리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하면 빙면이 깨져 사용할 수 없다. 그래서 한 번에 1㎜씩 얼리는 작업을 수십번 반복해 두께 4~5㎝ 얼음을 만든다. 특히 얼음의 수평을 잡는 일은 고난도의 기술이다.

김 주사는 빙상장 시설이 아무리 좋고 시스템이 좋아도 빙질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국제 수준의 빙상장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선풍기 바람 정도만 불어도 스케이팅 선수들이 미끄러져 나가야 합니다. 빙면이 울퉁불퉁하면 선수들이 어지럼증을 일으켜 경기를 진행할 수 없습니다. 좋은 빙질이 훌륭한 선수를 만들어냅니다.”

과천빙상장에서 세계적인 선수와 유망주들이 지속해서 탄생한 것도 어찌 보면 이런 김 주사의 노력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는 1997년 전주 동계 유니버시아드와 4대륙 시합 등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열린 100여개의 국제, 국내대회에서 빙질을 관리해왔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둔 2017년에는 공단의 도움으로 캐나다 캘거리로 빙질관리를 배우러 다녀온 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자문 역할을 하기도 했다.

김 주사는 지금은 빙질관리사 후학에도 힘쓰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빙질관리에 대한 전문 교육기관이 없습니다. 직접 빙상장에 취직해 정빙기도 다루고 고쳐보면서 배울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이런 학생들에게 조금이나 도움이 돼줬으면 합니다.”

김동욱 주사는 마지막 꿈이 있다면 자신만의 노하우를 담은 선수 전용 빙상장을 만드는 일이라고 말한다.

“우리나라 빙상장은 대부분 선수와 일반인들이 함께 쓰게 돼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부적절하게 만들어진 빙상장이 많습니다. 선수들에게 좋은 환경에서 편하고 즐겁게 훈련할 수 있도록 최적화된 빙상장을 제공해주는 것이 저의 마지막 바람입니다.”

/과천=신소형 기자 ssh283@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