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마흔에 첫 버선」이라는 속담이 있다. 결혼후 마흔살이 되어서야 버선을 신어본다는 뜻이니 오랜 후에 소원을 이루었음을 이르는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버선이란게 없고 흔한게 양말이니 그런 말이 이치에 닿지 않는다. 그리고 춥지 않은때도 맨발을 보기 힘들다. 일제말 어린이들이 고통을 인내한다고 한겨울에도 맨발 경쟁을 한 일이 있는데 엊그제 TV에서 보여준 북녘의 불쌍한 꽃제비들은 초겨울 진창에 맨발이다.

 양말이란 기계로 짠 서양식 버선이다. 우리는 옛날 버선을 헝겊으로 만들어 솜을 두어 신었는데 이를 말(襪)이라고 했으니 한자로 襪은 「버선말」이요 서양 버선을 양말이라고 함은 당연하다. 그러니 서양에는 양말이 있는데 우리에게는 없었다고 한다면 그것은 의미가 없다. 다만 동서양의 생활형태의 차이일 뿐이다. 서양인들도 직물 양말이 나오기 전엔 짐승 가죽으로 다리를 감쌌던데 불과했었다.

 로마인은 발을 보호하기 위해 피륙이나 털가죽으로 감쌌는데 2세기쯤 처음으로 재봉해서 만들기 시작했다. BC8세기 그리스의 시인 헤시오도스의 시에 언급한 Piloi는 짐승털로 짜서 신발안에 받쳐 신었던 것으로 추정한다. 이집트인들의 무덤에서는 3~6세기의 것으로 보이는 손으로 짠 양말이 나왔다고 한다. 그러나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양말의 나이는 1천살쯤 된다. 10세기 영국을 점령했던 바이킹의 것으로 보이는 카키색 양말이 진흙속에서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손으로 짠 스타킹이 오늘날의 형태를 갖춘 것은 17세기였다. 기계의 등장은 산업혁명때였는데 그때 각종 직조기도 속출했다. 양말 직조기는 16세기말 윌리엄 리가 발명했다. 그러나 엘리자베스 여왕이 특허신청을 거절했다. 스페인의 실크 스타킹 보다 저질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 몸에서 가장 혹사 천대당하는 부위는 발이다. 마땅히 건강해야 하는데도 관심밖이다. 항상 청결히 하고 악취를 제거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 부평의 한 메이커에서 발냄새가 없는 양말의 개발에 성공 국내외에서 호평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