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왜 거기서 나와”...본캐 잊게 만드는 35년차 연기자의 부캐
▲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배우 이광기가 코로나19 시대에 온라인 <br>​​​​​​​아트쇼를 기획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사진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배우 이광기가 코로나19 시대에 온라인
아트쇼를 기획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사진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코로나 시대, 예술계 새 희망으로

신진작가들 미술품 유통 활성화 위해

경기문화재단과 손잡고 채널 기획

작품 쉽게 풀이하자 라이브쇼 20회 완판

-20년간 이어온 미술품 수집

고물상 운영한 아버지 영향 골동품 등 관심

휴일마다 인사동서 발품도 모자라

스튜디오 'KKI' 열고 신진작가 지원

-컬렉터·아트디렉터 넘어 작가까지

임진각에 시선 끄는 좌표형태 빨간 조형물

DMZ캠프그리브스 알려주고파 직접 설치

남북정상회담 뉴스 등장하며 관광명소로

 

 

 

배우, 아트디렉터, 사진작가, 미술품 컬렉터, 설치미술가, 크리에이터 등 여러 가지 직업을 가졌다. 다양한 재능을 가졌지만 그 어떤 칭호보다 인간 '이광기'로 불릴 때 가장 힘이 난다. 종합예술인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배우 이광기를 지난달 31일, 파주에 있는 기쁨이 넘치는 복합문화공간 '스튜디오KKI(끼)'에서 만났다.

#코로나 시대 언택트 대표 경매쇼를 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최근 배우 이광기가 유튜브를 통해 진행하고 있는 '온오프라인 아트쇼 _ The Show Must Go On(이하 아트쇼)'가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아트쇼는 경기문화재단과 함께 2020년 아트경기 선정, 신진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직접 판매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 경기 미술품 유통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마련됐다. 이광기는 아트쇼를 활기차게 이끌며 흥행을 견인하고 있다.

“그간 크리에이티브로 활동하며 유튜브 '이광기의 광끼 채널'을 통해 라이브 경매쇼를 진행해 왔습니다. 코로나19로 침체된 문화예술인들을 위로하고 예술인들의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아트쇼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방송이 좋은 반응을 얻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 배우가 선보이고 있는 온라인 아트쇼는 언택트 시대를 맞이한 문화예술계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0년부터 해온 다수의 경매 진행과 1년 전 문을 연 광끼 채널 라이브 경매쇼가 아트쇼 성공의 기반이 됐다.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고민했습니다. 가장 자신 있는 것은 방송이었죠. 취미로 미술품을 수집해 왔는데 취미 활동을 하면 할수록 대중들이 보다 쉽게 미술품을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신진작가들의 작품을 시청자들이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판로를 만들어보고자 시작한 것이 코로나 시대를 맞아 주목받게 됐습니다.”

20회에 걸쳐 방송된 라이브 경매쇼는 인기리에 완판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오프라인 경매와 달리 생생한 작가들의 작업 모습을 현장감 있게 보여주는 동시에 어렵게만 느껴지는 미술품에 대한 이해를 보다 쉽게 해석해 풀이한 것이 성공 요인이다. 또, 여기서 얻어지는 수익금의 일부가 구호 활동에 쓰이면서 대중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코로나 이전부터 온라인 미술품 마켓이 새로운 경매 문화에 중심이 될 수 있겠다 생각했어요. 라이브 경매쇼나 온라인 아트쇼는 강연, 토크, 전시, 공연, 경매 등 모든 것을 아우르는 영상축제라 설명할 수 있습니다. 다원예술을 소화할 수 있는 매체로선 유일하죠.”

 

#주체할 수 없는 미술 사랑 품은 아트디렉터

열여섯, 한참 어린 나이에 KBS드라마 '해 돋는 언덕'으로 데뷔한 배우 이광기는 태조왕건과 야인시대, 정도전 등 주로 사극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얼굴을 알려왔다. 2000년대 초반부터 예능에도 진출해 특유의 입담으로 많은 팬층을 확보하기도 했다. 올해로 배우 경력 35년이 된 베테랑 연기자다. 미술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던 그가 미술품에 관심을 갖게 된 건 20년 전 취미로 미술품을 사 모으면서부터다.

“고물상을 해오신 아버지를 곁에 두고 자라온 덕에 골동품이나 미술품에 관심이 많았죠. 우연한 기회로 미술품을 사면서 본격적으로 미술품을 수집하기 시작했습니다. 주로 신진작가들의 미술품을 샀는데 작가들과 소통하면서 하나 둘 수집에 열을 올리게 됐죠. 시간 날 때마다 인사동을 찾아 작품 감상을 하며 여가를 보내곤 했습니다.”

미술품 컬렉터로 제법 이름을 알려온 그가 아트디렉터로서 본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게 된 것은 '스튜디오 KKI(끼)'를 열게 되면서부터다. 2018년 파주출판단지 인근에 문을 연 스튜디오 끼는 전시 공간과 강연 공간을 비롯해 파티하우스, 공유주방 등을 둔 복합문화공간이다. 올해 7월에는 경기도 일산에 두 번째 문화공간 끼를 열었다.

“스튜디오 끼는 공유경제의 일환으로 문화 소외계층을 위해 열게 된 공간입니다. 미술관에 대한 문턱을 낮춰 누구나 쉽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겼습니다. 또 어려운 환경에 놓인 신진작가들을 지원하고자 하는 뜻도 있습니다.”

#임진각 조형물 '피스 핀'을 제작한 작가

파주 임진각에는 방문객의 시선을 끄는 빨간 조형물 하나가 있다. 2018 남북정상회담 소식을 다룬 뉴스에도 종종 이 조형물이 등장했다. 조형물이 방송을 타고 유명해지면서 임진각 방문객들은 이 조형물 앞에서 '인생 샷'을 찍곤 한다. 이 조형물을 만든 주인공이 다름 아닌 이광기 배우다. 이 배우의 작품 '피스 핀(Peace Pin)'은 핀 모양의 대형 풍선모형이 좌표를 표시하듯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내 바람의 언덕을 배경으로 설치한 조형물이다. 2017년부터 시작된 피스 핀 프로젝트는 마치 염원이 닿기라도 한 듯 2018년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지면서 남북관계에도 훈풍이 불었다.

“피스 핀을 제작하게 된 계기는 아이티에서부터 출발했습니다. 구글 지도에 보면 좌표를 표시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게 바로 이 붉은 핀인데 지도상으로 좌표가 보이지 않는 지역에 상징물을 설치해 위치를 기억하도록 하자는 의미가 담겼지요. DMZ 캠프그리브스 역시 지도상에서 찾기 어려운 지역이었기에 피스 핀으로 표기해 두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당시 남북정세가 악화 일로를 걷는 중에 피스 핀이 분단에서 통일로 가는 길목이 됐으면 하는 염원적 의미를 담아 시작하게 된 프로젝트였지요. 프로젝트는 성공적이었습니다.”

 

- 지금 내게 허락된 삶은 … 먼저 떠난 아들의 선물 같아

코로나19 감염병이 기승을 부리면서 중환자가 증가하고 사망자가 늘고 있다. 이광기 씨는 그런 상황을 지켜보면서 가슴이 철렁인다. 온 국민이 알다시피 그의 아들은 신종플루로 세상을 떠났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하디 귀한 자식이었다. 올해로 10년째, 아이티를 찾아 자원봉사을 하고 있는 이 씨는 일련의 모든 활동이 아들이 주고 간 선물이라 믿는다. “아들을 보내고 얼마 후 아이티에 지진이 났죠. 힘들어하는 제 모습을 본 지인의 권유로 무작정 봉사활동을 떠났습니다. 1년쯤 지났을 무렵 아들이 꿈에 나와서 그러더군요. '내 친구들을 도와줘서 고마워'라고. 그 때부터 아들이 천국에 잘 있다고 생각하며 범사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아들이 세상을 떠난 지 11년이 됐지만 여전히 그는 아들 생각에 학교 앞을 지나치지 못한다. 그래도 그는 모진 풍파에도 흔들리지 않고 세상을 살아간다. “성경 말씀에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라는 구절이 있는데 이 말씀은 지금의 저를 있게 해준 힘입니다. 한때 이 사회가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모든 것을 감사함과 기쁨으로 바꿔준 것은 아들이 저에게 남기고 간 선물일테지요.”

/글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