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명 중 81.6% 사용 경험있지만
70세 패스트푸드점서 주문 어려움
버스터미널서 과반이상 발권 실패

65세 이상 고령자 소비자들의 대부분은 터치스크린 방식의 무인단말기(키오스크)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은 최근 1년간 전자상거래나 키오스크를 통한 비대면 거래 경험이 있는 65세 이상 소비자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를 9일 공개했다.

응답자 중 81.6%는 키오스크를, 59.7%는 전자상거래를 이용해 본 경험이 있었다. 둘 다 이용해 본 소비자는 41.4%였다.

키오스크 이용 경험자 245명은 이용 난이도를 평균 75.5점으로 평가했다. 100점은 '매우 쉬움', 0점은 '매우 어려움'을 뜻한다.

업종별로는 유통점포(71.9점)의 키오스크를 가장 어려워했다. 병원(73.9점)과 외식업(74.6점), 대중교통(74.7점), 문화시설(78.8점), 관공서(79.5점) 등이 뒤를 이었다.

키오스크 이용 중 불편한 점(중복응답)으로는 응답자의 51.5%가 '복잡한 단계'를 꼽았다. 이와 함께 '뒷사람 눈치가 보임'(49%)과 '그림·글씨가 잘 안 보임'(44.1%) 등의 이유도 있었다.

전자상거래 이용 난이도는 평균 65.3점이었고, 이용 단계별로는 '회원 가입 및 로그인'이 58.5점을 기록해 가장 어려운 단계로 나타났다.

소비자원은 이번 조사와는 별도로 키오스크 이용 경험이 없는 65~69세 소비자 5명과 70세 이상 소비자 5명을 대상으로 실제 각 매장의 키오스크 사용 모습을 관찰한 결과에서도 대부분이 이용에 어려움을 겪거나 실패했다고 소개했다.

특히 패스트푸드점에서는 70세 이상 소비자 전원이 키오스크를 통한 주문에 실패했다. 10명 중 5명은 익숙하지 않은 메뉴 분류 등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버스터미널 키오스크에서도 70세 이상 소비자 5명 중 3명은 발권에 실패했고, 10명 모두 발권 과정 중 최소 한 단계 이상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업장별로 차이가 있지만, 고령자의 키오스크 사용을 돕기 위한 시스템은 대체로 미흡했다.

교통시설과 대형마트, 극장 각 6곳과 식당 12곳 등 총 30개 점포 중 대형마트 6곳은 모두 키오스크 전담 직원이 상주하고 키오스크에 '직원 호출' 버튼을 설치했다.

반면 나머지 24개 점포 중 키오스크 전담 직원이 있는 곳과 직원 호출 벨을 설치한 곳은 각각 패스트푸드점 1곳, 교통시설 1곳뿐이었다.

30개 점포 중 고령자용 키오스크 화면을 운영하는 곳은 한 곳도 없었다. 키오스크 사용법을 게시한 곳은 9곳, 관련 음성 안내를 제공하는 곳은 16곳이었다.

소비자원은 이런 내용을 사업자에게 제공해 키오스크 운영 상황을 개선하도록 유도하고, 관련 부처에는 '공공 단말기 접근성 가이드라인'에 고령자용 화면 제공 조항 신설과 고령자가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버튼 크기를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할 것 등을 건의할 계획이다.

/곽안나 기자 lucete237@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