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운 금융 채무 조정 요청 길 열렸다
버거운 금융 채무 조정 요청 길 열렸다
  • 곽승신
  • 승인 2020.09.09 13:10
  • 수정 2020.09.09 1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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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갚아라' 추심은 주당 최대 7회…과잉땐 법정손해배상 청구
"5억 이상 무담보 채권은 제외…10억 이하 실거주 주담대출은 적용"

 

▲ [금융위 제공]

 

▲ [금융위 제공]

 

채무 상환이 어려운 연체 채무자들이 채권금융기관을 상대로 채무조정 협상을 요청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채무자가 채무조정 과정에서 채무조정 교섭업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채무자가 받는 과도한 압박과 정신적 고통을 줄이기 위해 추심업자의 연락 총량이 제한되며, 불법·과잉 추심에는 법정 손해배상청구권도 행사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9일 영상으로 진행된 9차 개인 연체채권 관리체계 개선 태스크포스(TF) 확대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소비자신용법 제정안을 발표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소비자신용법(대부업법 전부개정 및 제명변경)은 현행 대부계약을 규율하는 대부업법을 개선하는 동시에 연체 발생 이후의 추심, 채무조정 등과 관련한 규율을 신설해 추가한 것이다. 추심을 규율하는 신용정보법 규율도 소비자신용법에 일부 이관됐다. 소비자신용법은 개인채권의 생성부터 소멸까지를 전반적으로 규율한다. 개인채권은 원칙적으로 채권금융기관(일반은행, 대부업자, 추심자 등 모두 포함)이 사업 과정에서 개인채무자에 대해 보유하는 모든 채권을 말한다.

소비자신용법 제정안은 채권자·추심자의 채무자 보호 책임을 강화하고 채무자의 방어권을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 채무조정 요청받으면 추심 중지

채무조정 요청권은 소비자신용법의 핵심 내용으로 꼽힌다.

채무상환을 연체한 채무자는 소득이나 재산 현황 등 상환이 어려운 사정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함으로써 채권금융사에 채무조정을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채무자로부터 채무조정 요청을 받은 금융기관은 추심을 중지하고 내부 기준에 따라 10영업일 내 채무조정안을 제안해야 한다.

단, 채권금융사가 채무자 상환능력과 채무 특성 등을 판단해 내부기준에 따른 채무조정 적용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할 경우 채무조정을 거절할 수 있다.

채권금융사가 개인 연체채권에 대한 기한이익상실(금융기관이 여러 이유로 대출금을 만기 전에 회수하는 것) 및 추심업자 등에게 채권 양도 절차를 진행하는 경우 미리(10영업일 이전) 채무조정 요청권을 안내해야 한다.

금융기관을 상대로 한 개인 채무자의 부족한 전문성과 협상력을 보완하기 위해 채무조정교섭업도 신설했다.

교섭업자들은 채무조정요청서 작성과 제출 대행, 채무조정 조건의 협의 대행 등을 통해 채무자를 돕게 된다.

채무자에게 추가 피해나 과도한 경제적 부담을 지우지 않도록 교섭업자들이 받을 수 있는 수수료 상한은 100만원으로 규정됐다.

채무교섭업자는 채권금융기관으로부터도 수수료를 받을 수 있지만, 채무자로부터 받는 금액보다는 적은 금액이어야 한다. 채무자의 편에 서서 협상을 교섭하라는 취지에서다.

담보부 채권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채무조정 요청권 등 법 조항을 적용하지 않되 일부 사례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또 담보가 없는 채권이어도 채권액이 5억원 이상 고액이면 채무조정 등을 적용하지 않는다.

이명순 금융위 금융소비자국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10억원 이하 실거주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이라든지 이런 부분은 법 적용 대상이 되게 할 생각"이라며 "업권의 얘기 등을 반영해 추가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채무조정이 쉬워지면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금융위는 "사적 채무조정이 활성화되면 오히려 도덕적 해이 가능성이 오히려 낮아진다"고 반박했다.

이명순 국장은 "빚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상환을 포기하고 잠적하는 경우 많은데 사적 채무조정이 활성화되면 일차적으로 재기를 모색하게 될 것"이라며 "빚을 안 갚고 버티기보다는 갚을 수 있는 만큼 최대한 갚고 조기에 정상 궤도에 복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적기에 채무조정을 통해 재기하면 (연체 채권 관리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채권자의 입장에서도 채무자와 서로 윈-윈 할 수 있고 금융기관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 제고라는 무형의 편익도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추심연락 총량 제한…'회수불능' 채권 양도 시 이자부과 금지

채무 금액 누적과 추심 강도를 제한함으로써 채무자가 겪는 심리적 고통과 수모를 줄여주는 안도 포함됐다.

우선 채권추심자는 동일한 채권의 추심을 위해 채무자에게 1주일에 7회를 넘는 추심 연락을 할 수 없다.

방문, 말, 글, 음향, 영상, 물건 등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 일체가 '추심 연락'에 포함된다.

채무자는 채권추심업자에게 특정 시간대 또는 방법, 수단을 통한 추심연락을 하지 말도록 요청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월요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는 피해달라'거나 '직장 대신 직장 근처 카페에서 면담해달라'는 등의 요구에 대해서는 추심업자가 별다른 사정이 없으면 받아들여야 한다.

이명순 국장은 "어떤 내용이 포함됐을 때 추심 연락으로 볼 것인지에 대해서는 매우 세부적인 고려가 필요하다"며 "현재 추심 관행이나 업계의 의견, 채무자 보호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시행령으로 정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소비자신용법 제정안은 금융기관이 회수불능으로 판단해 상각한 채권을 매입추심업자 등 제삼자에게 양도한 경우 이자가 추가로 부과되지 못하도록 규정을 개선했다.

현재 채권금융기관은 통상 연체 후 1년이 지나면 부실채권을 추정손실로 분류하고 상각 처리 및 법인세법상 손금처리(손금처리한 만큼 과세 표준에서 제외돼 법인세액 감소)한다.

회수불능으로 판단해 세제 혜택을 받은 뒤에도 채무자에게 이자를 계속 부과하는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이자채권을 면제한 경우에만 상각 개인채권을 양도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채권금융기관은 그간 기한이익상실 시 원금 전체를 즉시 상환하도록 하면서 상환하지 못할 경우 원금 전체에 약정이자와 연체 가산이자를 부과해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상환 기일이 도래하지 않은 채무원금에 대해서는 연체 가산이자를 부과할 수 없게 된다.

개인채무자의 채권 소멸시효가 완성된 경우 완성일로부터 5영업일 이내 개인채무자에게 통지함으로써 채무 면제가 이뤄졌음을 알려야 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 추심업자 법 위반 시 은행도 함께 손해배상 책임

채권금융사의 채무자 보호책임도 강화된다.

은행 등 원채권금융기관이 수탁·매입추심업자를 선정할 경우 채무자에 대한 처우, 위법·민원 이력 등에 대한 평가 결과를 반영해야 한다.

수탁·매입추심업자가 법을 위반한 경우 원채권금융기관도 해당 추심업자와 함께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

이명순 국장은 "수탁 추심업자 등은 원채권금융기관을 대신해 추심을 집행하는 것에 불과하고 실제 추심의 손익은 채권금융기관에 귀속되기 때문에 실질적 주체인 금융기관도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채권금융기관이 주기적으로 수탁 추심업자의 준법 여부를 감독하고 법 위반 발견 시 금융위에 즉시 보고하는 등 법상 관리의무를 이행하면 면책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채권자와 추심자가 이러한 규율을 제대로 이행할 수 있도록 하는 수단들도 마련됐다.

개인채무자가 채권금융기관으로부터 불법 혹은 과도한 추심을 당한 경우 채무자가 손해액 입증을 하지 않아도 법원이 제반 상황을 고려해 결정한 금액을 300만원까지 배상받을 수 있는 '법정손해배상제' 도입이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이다.

이날 확대회의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들은 채무조정교섭업 신설, 추심총량 제한, 원채권금융기관의 책임 강화 등 주요 쟁점에 대해 우려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는 입법 및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업계와 충분히 논의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위는 향후 관계부처 및 금융업권과의 협의를 거쳐 이달 중 법안을 입법예고한다.

설명회 및 공청회 등을 거쳐 내년 1분기에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소비자신용법은 연체 발생 이후의 채무자 보호 규율을 통해 채권자와 채무자 간 공정한 원칙을 정립한다"며 "예측이 어려운 채무불이행 상황에 놓인 선량한 채무자가 패자부활 할 수 있는 '금융의 사회안전망'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곽승신 기자 kiss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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