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대출 걱정하는 자영업자
스트레스로 잠도 제대로 못 자

전문가, 코로나19 장기화 영향
극단적 선택 급증 가능성 경고

비대면 정신건강상담 비효율
새로운 방법 모색 지적도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생활고,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도민들이 속출하고 있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으나, 이들을 도울 '예방시스템'은 방역 탓에 정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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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에 사는 A씨는 지난달 1일 알뜰살뜰 모은 3000만원과 대출 2000만원을 투자해 10평 남짓한 음식점을 개업했으나 힘겨운 하루를 보내고 있다.

'꿈을 이뤄보겠다'는 마음을 갖고 시작했지만 15일 이후부터 재차 전염 유행이 돌면서 손님이 단 한 명도 찾지 않는 날이 많아졌다. 이미 통장 잔고도 바닥나 월세와 대출금도 내지 못한 상황에 부닥쳤다.

유일하게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단이었던 운동도 거리 두기 강화로 막혀버린 상태다. 이야기를 나눌 지인들도 만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 그는 스트레스에 잠조차 제대로 자지 못하고 있다. 한 푼이라도 더 벌어보자는 마음에 가게를 비울 수 없어 정신건강 상담은 뒤로 미뤄두고 있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들도 있다. 지난달 30일 안양에서 주점을 운영하던 60대 자매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 이들은 5월부터 집합금지 행정명령으로 가게 문을 열지 못했다. 동생은 병원에서 간신히 의식을 찾았지만, 언니는 끝내 숨을 거뒀다.

이처럼 코로나19로 인한 도민의 고통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8일 경기도에 따르면 올해 각 지자체의 정신건강센터에 '살고 싶지 않다'는 내용으로 접수된 상담 전화는 지난해(1~8월)보다 285건이나 늘었다. 대부분 코로나19로 경제적 어려움과 회의감을 느낀다는 고충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난과 재해, 그리고 시민의 극단적인 선택은 일부 상관관계가 있다.

보건복지부의 2020년 자살예방정책 세미나 자료집을 보면 미국에서는 대홍수와 허리케인 피해 이후 2년간 각각 13.8%, 31% 증가했다.

홍콩에서는 2002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발병한 이후 노인들이, 일본에서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 2년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늘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특히 한국에서 시민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가장 큰 원인이 정신건강과 경제문제인데, 코로나19로 급격히 증가할 위험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현재 도내에서 131만명이 정서불안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도정신건강복지센터는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각 지자체의 '자살예방시스템'마저 감염 우려로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통상 지자체는 자살예방센터나,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을 두고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거나, 하려는 시민들을 상대로 대면 상담 사업을 펼치고 있다. 마주 앉아 진단에서부터 치유, 관리까지 도맡는다.

고양시는 2월부터 하루 500여건의 정신건강 상담 중 긴급상황을 제외하고 대부분을 비대면으로 진행 중이다.

고양시 자살예방센터 관계자는 “마주 앉자 이야기를 하더라도 환자의 마음을 진정시키기 어려운데, 전화로만 하다 보니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상담 업무는 중단하지 않고 전화 등 온라인으로 전환했으나, 이전보다 효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의정부시도 선별진료소 운영 등으로 보건소 방문이 제한되면서 최근 2주간 환자들을 받지 못하는 상태고, 수원시는 코로나가 극성인 3∼4월 유가족 상담치료 등의 사업을 잠시 중단했다.

현재는 자살예방 교육 등 각종 프로그램을 온라인으로 진행하거나, 인원을 축소할 수밖에 없는 상태다. 집단감염이 사태가 터지면 재차 중단할 여지가 높다.

도내 자살예방센터 관계자는 “다행히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대면 상담을 할 수 있다”며 “24시간 상담 전화 체계를 운영하면서 정신 고통을 호소하는 시민들을 돕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_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_1577-0199, 희망의 전화 ☎_129, 생명의 전화 ☎_1588-9191, 청소년 전화 ☎_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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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심리불안, 그냥 두면 극단선택 제곱으로 는다” “이대로 간다면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는 시민이 배가 아니라 제곱으로 늘어날 것입니다. 특단의 정책변화가 필요합니다.”신은정 중앙자살예방센터 부센터장은 8일 “코로나19로 홀몸노인 등 취약계층에게 가장 먼저 위기가 찾아오고 차츰차츰 일반인들로 확대할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강조했다.그는 “사회적 고립, 경제적 어려움 등이 자살 위험 증가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홀몸노인 등 취약계층의 정신건강을 관리할 '사각지대'까지 발생하는 상황이다.신 부센터장은 “우울증 환자가 약을 제대로 먹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