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준 논설위원

어떤 사안이든 좋지 않은 일에 첫 사례가 되는 것은 꺼려진다. 특히 코로나에 감염되면 자신의 피해에 그치지 않고 자신이 속한 집단이 폐쇄되는 등 줄초상으로 번지는 것을 누누이 보아 왔기에 사정이 더욱 그러하다. 누구나 감염될 수 있지만, 직장 내 '1호 확진자'가 된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동료와 상사 등으로부터 자신에게 비난이 쏟아질 것을 상상하면 스트레스와 불안을 넘어 공포감으로 비화되기 십상이다.

우리가 마스크 쓰기 등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는 것 이면에는 이러한 사려도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전국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코로나와 관련된 가장 두려운 상황을 물었을 때 “내가 확진자가 되었을 때 주변으로부터 비난, 추가 피해를 받는 것”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한 회사원은 “회사 첫 확진자가 나오자 당국이 확인하기도 전에 회사에서 전체 메시지로 감염된 직원의 동선을 보내 그에게 비난이 쏠렸다”면서 “혹시 내가 걸리면 저렇게 되겠지 싶어 무서웠다”고 말했다. 지난달 서울의 한 공기업에서 첫 확진자가 나오자 이사장이 “본인 감염은 그렇다 치더라도 동료나 조직에 끼친 피해는 뭐라고 변명할 건가요? 그럴 줄 몰랐다고 넘어갈 사안은 아닌 것 같네요”라는 글을 올려 직원들 사이에 마치 공개재판을 보는 것 같다는 반응이 나왔다.

하지만 조직의 수장 입장은 조금 다른 것 같다. 업무 특성상 여러 사람을 만나다보니 그만큼 감염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자타가 인정하는 듯하다. 전국 기초•광역 자치단체장 가운데 처음으로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이재현 인천 서구청장은 “잠깐이라도 방심하면 안될 것 같다”며 “지나고 보니 (접촉 상황을) '회피했어야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주민들께서도 유의하시길 바란다”며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확진 판정을 받은 서구 소속 공무원(54)의 접촉자로 분류돼 자가격리 중 양성으로 판정됐다. 그는 “방역 책임자로 더 모범을 보이고 코로나 확산을 막아야 했는데 확진으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방역에서는 감염 사실을 빨리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데, 확진자를 몰아세우고 죄인 취급하는 분위기에서는 환자가 심리적 압박으로 거짓말을 해 방역망이 흐트러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코로나 확진자들 사이에 감염 사실이나 동선을 숨기는 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은 이러한 분위기와 관련 있는 것 같다. 코로나 국면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부분은 아니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