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학조사관의 의무채용이 본격화되면서 코로나19를 비롯한 감염병 사고 대응이 전환점을 맞았다. 당장 코로나 최일선 현장에 투입되면서 큰 활약이 기대된다.

인구 10만명 기준으로 역학조사관 1인을 채용한 지자체는 도내 31개 시•군 중 25개 시•군이 해당한다. 모두 역학조사관 채용의무를 따랐지만, 전문성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25곳 중 14곳, 절반 넘는 지자체는 전문성 있는 의료인 지원이 없어 역학조사관에 공무원 등으로 자리를 메웠다. 보건소에서 감염병 업무를 보던 직원이나, 공중보건의를 임명한 것으로 부득이하게 그 자리를 대신했다. 의사나 간호사를 채용한 지자체는 11곳에 그쳤다.

의사 등 전문인력들은 처우 등의 현실을 고려해 대부분 채용공고에 응시하지 않았다. 역학조사관에 지원하는 의사가 소수인 문제는 채용 의무화가 된 이전에도 나타났다. 경기도가 2018년 역학조사관을 모집했으나 지원자가 없었다는 점에서 보듯 예견된 일이다.

감염병에 신속히 대응할 여건이 갖춰진 것은 맞지만, 완성도에서는 아쉬움이 나오는 대목이다. 역학조사관이 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지만, 정부가 그에 합당한 처우를 개선하는 데 게을리한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단순하게 확산하는 코로나19만을 위한 채용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감염병은 부지기수다. 매년 수만 건이 발생한다. 문제는 감염병 발생 빈도가 증가추세에 있다는 점이다. 최근 3년 도내 감염병 발생 현황은 2017년 3만9273건, 2018년 4만3214건, 2019년 4만1687건으로 한 해 4만1000여건을 웃돈다. 이를 보더라도 역학조사관 1인이 담당하는 일은 버겁기만 한 현실이다.

경기도 역학조사관 6명 중 1명이 지난해 7000건 가까이 맡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정부는 역학조사관을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방법을 더 늦기 전에 고민해야 한다. 지금의 공무원 돌려막기식 역학조사관 채용도 보완해야 한다. 또 현실에 맞는 역학조사관 충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코로나19의 뼈아픈 경험이 감염병 대응에는 지나침이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