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만열 광주 가구산업연합회 회장]

운영중인 업체서만 연 30t 나오는데
광주엔 업체 수 전국 두번째로 많아
재활용시설 없어 쏟아지는 자재 폐기
안타까워 용역·신설조항 추진 온 힘

 

“버려지는 폐기물이 잘 쓰면 자원이 되는 건 이젠 상식입니다. 그런데 법 때문에 제품으로 거듭나야 할 잔여자재(일명 잉여자재)가 그대로 쓰레기로 버려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쓰레기로 처리되던 가구를 만들고 남은 자투리 자재인 잔여자재를 상품으로 가공할 수 있도록 앞장서고 있는 광주시 가구산업연합회 허만열(67·사진) 회장.

지난 8월12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가구 및 인테리어산업대전에 출품한 잔여제품이 완판되는 등 큰 관심을 모았던 허 회장은 당시를 떠올리며 버려지던 잔여자재의 재활용 가능성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됐다.

광주시 내 912개 가구제조 업체에서 발생하는 가구를 만들고 남은 자투리 자재인 잔여자재는 불법소각으로 환경 오염 원인이 되거나 업체들이 비용을 지급하고 폐기물 처리업체를 통해 산업폐기물로 버려졌다.

30여 년째 광주시에서 가구제조 업체인 예디가구를 운영하는 허 회장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허 회장이 잔여자재에 관심을 둔 것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5년부터 2년간 광주시 기업인 협회 1분과(가구분과) 위원장을 맡았던 그는 임기 동안 가구업체를 위해 아무것도 못 했다는 생각으로 업체에 필요한 것을 고민했다.

“제가 운영하는 가구업체에서도 연간 30t의 가죽 등 가구 잔여자재가 발생해 1000여만원의 처리비용을 들이고 처리하고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업체가 비슷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처리비용 절감 등을 고민하다 잔여자재 활용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허 회장은 잔여자재로 명함집, 응접세트받침대, 방석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 실용화했다. 또 시 관계자들과 함께 타 지자체의 잔여자재 활용에 대해 현지 조사를 하는 등 분주히 자료를 모으고 활용방안을 구체화했다.

그러나 광주시 전역(일부 지역 제외)이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폐기물 재활용시설 없이 폐기물로 분류된 잔여자재에 대한 활용은 현행법에 저촉됨에 따라 허 회장의 의지는 꺾이는 듯했다.

하지만 허 회장과 시는 잔여자재에 대한 활용방안에 대한 용역을 실시해 이 지역 공장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잔여자재를 재사용(중간가공폐기물)하기 위한 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현행법에 신설 조항을 추진하고 있어 그 가능성을 열었다.

“앞으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가구업체가 있는 광주시에서 발생하는 어마어마한 폐기물인 잔여자재에 대해 재활용할 수 있는 문이 열리면 폐기물이 모두 자원으로 거듭나게 되는 것입니다. 상상만 해도 엄청난 일이죠.”

잔여자재 활용으로 환경 오염을 줄이고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되고 새로운 제품이 출시될 수 있어 지역사회와 업계에 보탬을 줄 수 있게 될 것이라는 허만열 회장은 폐기물로 쌓여 있는 가죽을 바라보며 잔여자재를 활용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글·사진 광주=김창우 기자 kc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