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체육 출신 선수를 지도해
최초·최연소 청소년대표 탄생

 

▲안표준 송도펜싱클럽 대표 감독. 사진제공=송도펜싱클럽
▲안효준 송도펜싱클럽 대표 감독. 사진제공=송도펜싱클럽

 

▲진시아 선수. 사진제공=송도펜싱클럽
▲진시아 선수. 사진제공=송도펜싱클럽

 

▲김시연 선수. 사진제공=송도펜싱클럽
▲김시연 선수. 사진제공=송도펜싱클럽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생활체육(클럽) 출신 선수가 엘리트 선수들과 함께 겨루는 대회에서 입상하는 경우는 어느 종목이든 정말 흔치 않죠. 그런데 펜싱에서 무려 3년 연속 이런 일이 벌어지자 큰 화제가 됐습니다. 게다가 제가 나고 자란 인천에서 생활체육 출신 선수를 지도해 우리나라 최초이자 최연소 청소년 대표를 만들었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2011년 인천스포츠클럽에서 시작해 2013년 송도펜싱클럽을 창단•운영하며 생활체육 분야에서 펜싱을 알리고 보급하는데 앞장서 온 안효준(38) 송도펜싱클럽 대표 감독.

'공부하는 학생선수'라는 교육 철학을 실현하고자 이른바 귀족 스포츠로 알려진 펜싱의 진입장벽을 낮춰, 어린 학생들이 펜싱을 편하게 접하고 배울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고 있는 그의 주가가 요즘 부쩍 치솟았다.

안 대표 감독이 지도한 제자들이 펜싱계에 새역사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바로 진시아(예송중학교 3학년/플뢰레)와 김시연(채드윅국제학교/중2/플뢰레) 선수.

먼저,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안 감독에게 취미로 펜싱을 배우던 진시아는 중학교 1학년 때인 2018년 각종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며 청소년 대표선수에 뽑혔다.

중학교 1학년 학생이, 그것도 엘리트 선수 출신이 아니라 취미로 클럽에서 펜싱을 배운 선수가 청소년 대표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은 대한민국 최초였다. 게다가 그는 당시 최연소 청소년 대표였다.

진시아는 이어 2학년 때인 2019년, 제48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 인천 대표로 출전해 동메달을, 또 제16회 한국중•고펜싱연맹 전국남녀종별 펜싱 선수권대회에서 3학년 선배 선수들을 물리치고 개인전 3위에 오르며 펜싱계를 놀라게 했다.

올해 3학년이 된 진시아는 올해 7월 17일 김천에서 열린 제48회 문체부장관기에서도 개인전 3위를 차지하며 명성을 이어가는 중이다.

아울러 안 대표 감독의 또 다른 제자 김시연도 올해 8월 김천에서 열린 제32회 한국중•고펜싱연맹 회장배 전국남녀 중•고 펜싱 선수권대회에서 개인전 3위를 차지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의 지도력이 빛을 발하는 지점이다.

그런데 그가 펜싱계에서 주목을 받는 진짜 이유는 이런 지도력 뿐 아니라, 펜싱에 대한 무한한 열정과 사랑을 몸소 보여주고 실천하기 때문이다.

인천펜싱협회가 매년 관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무료펜싱교실에 오랫동안 지도자로 참여하며 재능기부를 했고, 그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펜싱 최초로 2018년 제64회 대한체육회 생활체육부분 장려상을 받았다.

올해부턴 대학 강단에도 섰다.

현재 국립 인천대학교 운동건강학부 전공수업(펜싱)을 진행 중이며, 2학기에는 신한대학교까지 출강(9월1일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2주 미뤄짐)한다.

그런데 체육 관련 학과가 아니라 공연예술학부 학생들이 대상이다.

운동건강학부 학생들과 함께 배우던 (인천대)공연예술학부 학생들이 “펜싱 수업이 공연예술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며 입소문을 낸 것.

인천대 친구로부터 이 소식을 들은 신한대학교 공연예술학부 학생들이 “우리도 펜싱 수업을 받아보고 싶다”며 담당 교수에게 요청했고, 인천대로 문의가 오면서 안 대표 감독이 서는 강단이 한 곳 더 늘어났다.

안 대표 감독은 “실제, 유럽에서는 펜싱의 우아한 동작 등을 공연에 활용하는 '무대 펜싱'이란 분야가 있어 뮤지컬 등 공연예술을 전공하는 학생들도 많이 펜싱을 배운다. 공연예술과 펜싱은 꽤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밖에도 채드윅국제학교, 달튼외국인학교, 영화초등학교 등에서 펜싱 수업을 진행하며 학생들에게 펜싱을 알리고, 널리 퍼트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인천에서 태어나 석남서초, 가좌중, 인천체고, 한국체대(대학원)를 나온 인천 토박이 펜싱인 안효준 감독은 “내 고향 인천에서 공부와 운동 모두 잘하는 멋진 학생 선수들을 많이 배출하고 싶다. 또 제자들이 10, 20년 뒤 꼭 펜싱 분야가 아니더라도, 어디서든 인천과 우리 대한민국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들로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