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현빈 영화공간주안 관장

문화관광체육부의 '2019 국민문화예술실태조사'를 보면 9개 영역의 문화예술분야 중 가장 많이 관람한 문화예술분야가 영화관람(77%)이고 1년에 보통 3~4회 정도 영화를 보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최근 인천문화통신3.0(79호)의 '인천 문화예술 코로나19 피해 관련 긴급 설문조사'에서 인천시민 1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인천시민이 최근 1년 내 가장 많이 방문했던 문화예술시설은 '영화관' 33명(22%), '공연장' 32명(21.3%)이다.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해 145명(96.7%)은 '문화예술 시설의 방문을 줄였거나 중단'했으며, 109명(72.7%)은 '감염 우려와 사회적 거리 두기로 문화예술 활동을 자제 하는 분위기'라고 응답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 된다고 가정했을 때, 문화예술 활동의 진행 의향에 대해서는 93명(62%)이 '문화생활을 할 것이다'고 응답하였다.

물론 150명을 대상으로 조사 한 것을 일반화 할 수는 없겠지만 나름의 의미가 있는 조사라고 여겨진다. 그렇다면 문화생활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코로나19라는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문화생활을 한다고 했을까?

2012년 10월 19일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선언한 문화예술의 가치와 나눔 확산을 위한 공동선언 중에 '문화는 우리사회의 품격이며 예술을 원천으로 할 때 문화예술은 인간적인 삶의 기본이자 즐거움과 보람, 소통과 통합, 발전과 번영의 원동력이 된다. 그래서 모든 국민은 문화예술에 의한 창조와 향유의 기쁨을 누려야 마땅하고, 문화예술에 대한 권리는 미루거나 양보 할 수 없는 기본 인권이 된다'고 하였다.

그러나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지속은 관계의 단절과 통제, 억압에 의해 경제적 고통과 심신의 피로에 의해서 스트레스, 불안, 초조, 우울, 공황 등의 심리적 질환상태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타인에 대한 불신으로 만들어지는 냉정한 얼굴, 경계와 의심의 표정이라는 사회적 위협 자극은 정서적 혈류산소 수준을 높이는 부정적 영향을 가져온다고 한다.

그러나 많은 학자들은 사회불안상태는 정서적 함양에 의해 해소가 가능하다 하였고, 정서적 함양은 문화예술에 의해 고취될 수 있음을 밝혔다.

문화예술향유는 건강과 삶의 만족, 심리적 안녕감, 긍정적인 삶을 추구하도록 하는데 그중에서 영화 관람을 자주할수록 삶의 만족 수준, 심리적 안녕 수준이 높아진다고 한다. 문화예술분야 중에 영화는 문화와 예술을 통합적으로 발현할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매개체로 상호 의사소통, 다양한 생활양식, 관습의 체험이라는 문화적 속성과 미학적 활동이라는 예술적 속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분야이다.

우리가 영화를 보는 이유는 이렇게 문화와 예술을 통해 삶의 의미, 인생의 목적, 사회참여, 공동체 연대라는 자기성찰적 만족을 얻게 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영화공간주안과 같은 예술영화전용관에서 상영하는 예술영화를 보는 관객은 상업영화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사유의 과정을 통해 비판과 주관적 사고를 경험하면서 자기성장을 도모하게 되며 스스로의 능력과 자질을 발견하면서 자신의 주체적 삶을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러한 예술영화를 상영해야 하는 영화공간주안은 미추홀구의 지방정부지원금에 의해 운영되고 있어 다른 공공 문화시설처럼 휴관 중이다.

솔직히 처음에는 며칠 휴관하다가 열겠지 하였고 그때가 겨울 끝 무렵이었는데 지금은 처서가 지나 가을로 접어들고 있다.

운영을 못하는 상영관 하얀 스크린에서는 지난 예술영화 속 주인공들이 뛰어 나오려고 한다. 예술영화관은 깜깜한 어둠 속을 더듬어 이 난관을 버틸 실마리를 찾아내려 하지만 불 꺼진 상영관에서는 영화상영 이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이 더욱 안타까울 뿐이다. 그러나 영화공간주안은 영화(映畫)로운 생활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암중모색(暗中摸索) 중이다.

※공공기관으로 다중이용시설에 해당하는 영화공간주안이 재난위기상황에서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선에 서야하는 입장이 있다. 그래서 예술영화 상영이라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도 못하면서 문화예술향유가 시민의 사회적 불안과 정서적 피폐함을 해결하는 방안 중 하나라고 피력하는 것이 말이 안 될지도 모른다. 이러한 양가적인 입장에서 그래도 어렵고 힘든 시국에 문화예술이라는 각자의 버팀목을 찾아 위로와 충전의 시간을 통해 미래의 희망은 간직해야 하지 않을까 하여 어렵게 이야기를 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