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코로나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약계층을 돕기 위해 1차 추경에 편성한 500억원을 6개월만에 삭감했다. 도가 전국 최초로 긴급재난지원금(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등 코로나 재난구호에 앞장서온 점을 떠올리면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도는 지난 3월 1차 추경예산안에 코로나 사태로 피해를 본 취약계층에게 긴급 생계비로 지원하기 위해 500억원을 편성했다. 대상자는 1개월 이상 소득이 단절된 일용직 등과 매출이 절반 이하로 감소한 소상공인으로, 도는 해당자에게 50만원씩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도는 이달 임시회에 제출한 제2차 추경에서 이 예산 500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도 관계자는 “현장 얘기를 들어보면 중앙정부 복지사업으로 도의 자체 사업은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고 되레 혼란스럽다는 의견이 많아 1차 추경에서 편성한 예산의 필요성이 떨어져 삭감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취약계층을 돕기 위한 예산을 갑작스레 삭감한 이유치고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취약계층 입장에서는 지원 주체가 누구든 보다 많은 지원을 받는 것을 당연히 원할 것이다. 그런데 정부 지원사업 때문에 도 사업은 관심이 적을 것으로 판단돼 관련 예산을 삭감했다는 것은 지극히 자의적•비합리적이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취약계층의 하소연이 날로 고조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궤변'이라는 말을 써도 무방하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등으로 해당 예산의 필요성이 떨어졌다는 설명도 본질을 벗어났다. 사안과 지급대상 등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가 재확산되는 상황에서 취약계층을 위한 예산을 삭감하려면 뚜렷한 명분과 사유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비난을 피해가기 어렵다.

경기도는 코로나 발생 이후 가장 선제적으로 지원사업을 펼쳐왔다. 게다가 이재명 지사는 전 국민에게 2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의 선두에 서 있다. 취약계층 지원예산 500억원 삭감이 이 지사의 판단인지, 아니면 해당 실국장의 생각인지 궁금하다.